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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수집하는 노인 /조이스 캐롤 오츠

쓸쓸한 인생의 황량한 꿈

  • 웹출고시간2009.03.17 19:24: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소녀 수집하는 노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은이) | 아고라, 292쪽, 1만원

"영혼이 없는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죽음이란 언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인생의 전성기를 뒤로 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죽은 것일까 살아있는 것일까.

'사토장이의 딸', '멀베이니 가족'의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가 소설 '소녀 수집하는 노인'을 내놓았다. 이 책은 '작가와 죽음'이라는 소재로 쓴 다섯 편의 소설을 묶은 것이다.

죽음을 앞둔 늙은 작가의 모습을 담았는가 하면, 죽은 후의 삶을 그린 소설이나 '영혼'만 복제돼 마네킹으로 다시 태어난 여류 시인의 이야기도 있다.

헤밍웨이, 애드거 앨런 포, 마크 트웨인, 헨리 제임스, 에밀리 디킨슨 등 미국 문학의 아이콘들이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삶과 죽음의 본질, 죽음 앞에 이르렀을 때 더욱 강해지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실존 작가들의 삶이나 작품에서 모티브를 딴 뒤 SF나 호러 요소를 가미하는 등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 책은 완전한 허구지만, 여기에서 그려진 늙음과 죽음에 대한 공포, 사랑과 자유에 대한 열망은 너무나도 생생하다.

일흔을 넘긴 작가는 그녀 자신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얼마 전 동료 작가이자 40여 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던 반려자와 사별했다. 그 때문인지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죽음의 모습은 무척 현실적이면서도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죽음의 얼굴이란 삶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 창작 능력과 성적 능력 모두가 시들어버렸으나 젊고 아름답고 싱싱한 것에 대한 집착만은 버리지 못해 소녀들을 수집하는 '허클베리 핀'의 작가, 젊은 시절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았던 대문호가 그것을 상이군인들에 대한 자원봉사로 풀려다가 동성애에 탐닉하게 되는 이야기, 병들고 망가진 육신이 역겨워 간절히 자살을 열망하지만 매번 도망쳐버리고 마는 노벨상 수상자의 모습은 삶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끈질긴 것인지를 알려준다.

이 책에서 작가들은 엄청난 재능, 예술혼과 함께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콤플렉스를 지닌 존재들이다. 이렇게 심약한 인간들이 죽음 앞에 맞닥뜨린 결과는 광기와 병적인 행동들로 드러나며 인간이기에 지녀야 했던 예의, 규범, 인간성 등을 모두 버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빛나는 명예를 가진 고결한 작가들이 죽음 앞에서 드러내는 날것 그대로의 외로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유에 대한 갈망을 통해 이 책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죽음 앞에 선 늙고 추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보여준다.

사실과 허구,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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