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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옥천군 청산면장

문득 '처녀 농군'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홀어머니 내모시고 살아가는 세상인데… 소 몰고 논밭으로 이리야 어서 가자~"라는 노랫말로 시작한다.

또한 '가나안 농군학교'도 잠시 머리를 스친다. 필자는 두 번이나 이곳에서 합숙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 1970~1980년도 공무원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다녀온 곳이다.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주로 농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새마을 교육을 하던 곳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농민(農民)을 농군(農軍)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정부가 쌀 20만 t에 대한 시장격리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은 농가와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가 보유하고 있는 2021년산 벼다. 도별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 검사기준 1등급 이상의 건조벼를 톤백(800㎏) 또는 포대벼(40㎏) 형태로 매입한다. 지역농협 당 최소 100t 이상 물량이 돼야 입찰이 가능하다. 낙찰은 도별 배정물량 내에서 예정가격 이하로 응찰한 물량 중에서 가격이 낮은 순으로 결정된다. 입찰 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가 끝나면 인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경쟁 입찰 매입방식에 농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농가 소득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쌀 가격지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추곡 수매 제도는 1973년부터 2005년까지 32년간 시행됐다. 공공비축미 매입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정부의 안정적인 양곡 확보와 가격조절을 목적으로 농민에게 직접 벼를 사들이는 것이다. 추곡 수매는 농가 소득지지, 수확기 물량 흡수, 식량안보의 3가지 기능이 있다. 공공비축미는 식량안보 기능이 주목적이다.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추곡 수매는 이중 곡가 제도다. 즉 수확기 농민들로부터 비싼 가격으로 수매하고 출하할 때는 수매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공공비축미는 수확기 시장가격에 매입하여 출하기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시행하는 '시장 격리곡 경쟁 입찰 매입 방식'은 이도 저도 아니다. 살다 살다 처음 들어본다는 것이 이구동성 농민들의 반응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것은 그나마 쌀을 비롯한 식량 걱정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북한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두말할 것 없이 식량부족이다. 소련이 무너진 가장 큰 원인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식량만큼 중요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기후변화와 코로나 19등으로 '식량안보'가 이 시대 우리사회의 가장 큰 화두다. 이런 와중에 "시장 격리곡 최저가 입찰 매입"이라는 소식에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여온다. 식량안보의 중요성과 농민을 바라보는 정부와 여당의 시각이 어떠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반증은 아닐까?

입춘도 지나고 따스한 봄볕이 스멀스멀 골짜기를 내려오고 있다. 희망을 노래해야 할 농촌 들판에 뿌연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5%에 불과한 농민, 2.9%에 불과한 초라한 농업예산, 아무리 나라 살림이 빡빡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쌀 만큼은 국가에서 책임관리 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경제원리가 아닌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장 격리곡 최저가 입찰 매입'소식을 접한 농민들의 마음은 엄동설한이다.

농군(農軍)이란, 농사짓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 즉 농민을 가리키는 말이다. 농업이 나라를 지키는 국방만큼, 농민이 군대처럼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시 말하면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선각자들이 왜 농민(農民)을 농군(農軍)으로 불러왔는지, 그 깊은 뜻을 가슴에 손을 얹고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생각하면 쌀이 남아돌아 고민하는 오늘이 얼마나 행복한 비명인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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