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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1시간에 13번 바뀌는 환율

하루에 60∼70차례 바꾸는 것도 다반사

  • 웹출고시간2009.03.10 21:26:5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불과 몇 초 차이에 몇 만원을 손해본다는 게 말이 돼요?”

지난 9일 오전 서울 명동 A은행 지점 김모(52·여)씨가 환율 문제로 은행직원과 승강이를 벌였다. 그동안 환율이 많이 올라 미국 유학중인 딸의 생활비 송금을 차일피일 미뤘던 김씨는 같은 처지의 친구와 함께 이날 아침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은행을 찾았다. 집에서 은행까지 오는데 걸린 1시간여동안 환율은 10원 넘게 올랐지만 어젯밤 전화 통화한 딸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려 일단 송금하기로 했다. 번호표를 먼저 뽑은 친구는 바로 옆 창구에서 1달러당 1548원으로 환전을 마치고 난 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김씨에게 적용된 매매기준율은 1550.5원으로 그새 2.5원 올랐다. 1만 달러를 송금하려던 김씨는 불과 십여초만에 2만5000원을 손해봤으나 은행측에서는 고시환율이 이미 바뀐뒤라 깎아 줄 수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했다.

이날 수출대금으로 받은 3만5000 달러를 환전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무역업체 사장 이모(49)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씨는 오후 2시쯤 인터넷으로 환율이 1달러당 1555원인 것을 확인하고 같은 건물에 있는 은행을 찾았으나 그새 환율은 1551원으로 4원이나 떨어졌다. 7층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있는 은행까지 내려 오는 수분사이 14만원을 날린 셈이다.

최근 큰 폭으로 널뛰는 원·달러환율에 고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최근 고시환율을 수시로 바꾸면서 환전 타이밍을 잘못 맞췄다가 수십초에서 수분 차이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환전을 아침에 하느냐 점심 때 하느냐에 따라 일주일치 점심 값을 고스란히 날리는 경우도 있다.

은행의 고시환율은 서울외환시장이나 한국자금시장에서 체결된 원·달러 매매가격을 가중 평균한 뒤 1.65∼1.99%의 환전 수수료를 더해 책정된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고시환율은 하루 8∼12차례 정도 바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루 60∼70차례 바뀌는 것은 다반사다. 서울외환시장이 거래를 마감하는 오후 3시 이후에도 시간외 거래 환율을 반영, 고시 환율을 바꾸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국민은행은 지난 6일 하룻동안 고시환율을 무려 96차례 변경했고 10일에도 84차례나 고쳤다. 개장초 환율이 올랐다가 37원 폭락한 1511.50원으로 마감한 이날 외환은행은 고시환율을 86차례, 신한은행은 44차례 바꿨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즉 환차손 부담은 고객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가 하루 2000∼3000여건이었으나 지금은 평균 4000건이 넘고 가격 등락폭도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도 환차손에 허덕이는 고객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사제공:쿠키뉴스(http://ww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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