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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3.10 18:23: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창작과 비평사

엄마라는 말에는 어떤 결핍도 다 이해하고 받아줄 것 같은 온화함이 있다. 그래서일까· 엄마는 주체적인 존재라기보다 늘 우리 삶의 배경으로 스며들어있는 듯하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전쟁이 지나간 뒤에도, 밥을 먹고 살만해진 후에도 엄마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은(본문내용)' 엄마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실종된 뒤 가족들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엄마는 더욱 그립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 가족을 위해 헌신한 엄마에 대한 기억이면서 동시에 엄마를 잊고 살았던 가족들의 참회이기도 하다. 엄마의 모습을 섬세하고 애틋하게 그려낸 소설을 읽다보면 누구라도 각자 짊어진 부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처럼 '엄마를 슬프게만 기억하는 건 우리의 죄의식 때문일지 모르며 그것이 오히려 엄마의 일생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책을 덮는 순간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드는 걸 감출 수 없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방송되는 가족특집극처럼 익숙한 통속소설 같다. 마치 오래전 <아버지>란 책처럼. 추천사를 쓴 평론가는 대단한 호평을 했지만 엄마가 마음을 주었던 그 남자 이야기 '당신 앞에서 기품 있어 보이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낯설다. 그 사랑 하나로 엄마를 꿈을 가진 여자로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은 엄마보다도 '소 눈 같은 눈과 파란색 슬리퍼를 신고 발등에 파인 상처를 지닌 어머니'를 잃어버리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족들의 모습이다. 그 안에 내가 있는 듯 두렵고 고통스러웠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곰이 산을 넘어오다>

앨리스먼로/문학에디션뿔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 남편의 미안한 시각으로(3장) 잘 모르거나 무심했던 엄마이자 아내를 그린 <엄마를 부탁해>와는 또 다른 노년을 그린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Away from Her'란 영화를 보고 원작이 궁금해 찾아 읽은 책이다. 캐나다문학을 대표하는 단편 작가로 알려진 앨리스먼로가 평범한 삶의 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 실린 작품으로 알츠하이머병에 접어든 아내를 요양소에 보낸 한 남자의 이야기다.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지지 않은 채 44년을 함께 살았고, 함께 스키를 타고 산책을 하고 잠들기 전 남편은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곤 했다.

그런데 그녀에게 알츠하이머란 병이 찾아온다. 프라이팬을 냉동실에 넣고 와인을 와인이라 부르지 못하고 스키를 타고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린다. 남편이 겪을 고통을 염려한 그녀는 병이 깊어지기 전에 요양원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괜찮다며 혼자 고통을 감내하다 마음 줄을 놓친 우리들의 엄마(엄마를 부탁해)와는 다른 선택이다.

알츠하이머 전문 요양원은 환자의 적응훈련을 위해 한 달간 가족과의 면회도 금지한다. 그들은 처음으로 서로 헤어져 지내게 되고 떨어져 지낸 한 달 동안 아내는 남편을 잊는다. 그리고 요양원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그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도 그는 내가 남편이라고 차마 나서지 못한다. 그런데 그녀가 아프다 요양원에 함께 있던 그 남자가 떠난 것이다. 남편은 절망에 빠진 아내를 위해 그 남자를 찾아 나선다.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내면의 복잡한 갈등도 있지만 기억을 잃은 아내를 날마다 지켜보는 남편. 끝내 아내의 새로운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길을 나서는 그의 사랑이 눈물겹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오면서도 소통되지 않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기면서 더욱 깊은 사랑으로 끌어안는 관계가 있다. <곰이 산을 넘어오다>에서 그 사랑은 아내의 잃어버린 기억을 불러오는 기적을 가져온다. 노년의 그 사랑이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우리는 어떤 노년기를 겪게 될까· 기억과 현실을 오가는 아내의 내면풍경을 바라보며 새삼 황혼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지만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잃어버린 기억도 품어줄 수 있는 깊은 사랑이 내안에도 존재하길 꿈꿀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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