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09.03.03 20:01:5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그 지방의 사투리는 그 지방의 정서와 기후, 풍토 속에 피어나는 언어생활의 꽃이다. 어느 곳엘 가든 어떤 사람의 말소리를 들으면 그가 어느 지방 출신인가를 대뜸 알 수 있다. 서울에 가 살든, 외국으로 이민을 가든 자기 말투는 좀체로 바꾸기 힘들다. 상당 시간이 흘러 현지 말투에 동화되었다 해도 급하면 고향 사투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1930년대에 중국으로 이민을 간 청주, 청원, 보은, 옥천 사람들은 도문시 양수진 정암촌에 정착하였다. 이민 2~3세대는 중국 본토와의 교류로 충청도 사투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이민 1세대에게는 아직도 "난 충청도 양반이구먼유"하는 충청도 말씨가 남아 있다.

땅덩어리가 비좁은 한반도임에도 각 지방 사투리와 억양은 각양각색이다. 주변의 강한 억양 속에 둘러싸인 충청도 말투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듯 느려터지고 제3자가 듣기에 갑갑증마저 불러일으킨다. 다른 고장에서는 흔히 "아부지 돌 굴러가유"하는 식으로 충청도 말투를 비아냥대지만 충청도 사투리는 생각보다 축약적이고 경제적이다.

충청도 말투에 대한 우스갯소리는 여러 편이 회자된다. 어느 날, 충청도 춤꾼이 서울 카바레에 갔다. 다른 고장의 춤꾼들은 파트너를 향해 "사모님 춤 한번 추실까요"라고 묻는데 그게 번거로웠던지 충청도 춤꾼은 간단히 두 자로 "출텨·"하고 물었다는 일화가 있다. "보신탕 좀 하십니까"를 충청도 식으로 표현하면 아주 간단하다. "개 혀·"... 여덟자~열자나 되는 센텐스를 단 두자로 줄이며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니 이 얼마나 경제적인 언어생활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언어훈련으로 지칭되는 통 트위스트(tongue twist)에서도 충청도 사투리는 뛰어난 위력을 보여준다. "뜰의 콩깍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를 충청도 사투리로 표현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깐 겨, 안 깐 겨". 어떤 사람이 사망하였을 때 그 표현 언어는 구구하다. "돌아가시었다"를 필두로 "운명하셨다" "영면하셨다" 등의 고상한 표현에서부터 "밥 숟갈 놓았다" "뻗어버렸다" 등 다소 천박한 표현도 있지만 "갔 슈..."라는 충청도 사투리는 간단하면서도 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

한동안 충청도 사투리인 "냅둬유"가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었다. "상관하지 말고 그냥 두라"는 뜻을 가진 이 방언에서는 충청도인의 질박함과 고집, 뚝심 등이 그대로 묻어난다. 코미디언 중에 충청도 출신이 가장 많은데 그 코미디언들은 방송중임에도 거의가충청도 사투리나 말투를 사용하고 그게 인기의 비결(·)로도 작용한다.

충청도 음식점 문에는 가끔 "땡겨유"라는 표현이 나붙어 있다. "당기세요"가 표준말이지만 "땡겨유"라는 사투리에 더 정감이 간다. 청주지방 일대에서는 곡식을 타작하고 난 뒤의 찌꺼기를 "탑시기"라고 한다. "숫 가이 마냥 일만 저지른다"라고 할 때 "숫 가이"는 "수캐"의 충청도 방언이다. "할껴 말껴"는 무슨 일을 맡길 때 그 가부 여하를 묻는 충청도 말이다. "성님 하냥 가"(형님 같이 가)라는 표현은 주로 나이 든 여인네들이 많이 쓴다.

북쪽지방의 언어는 함축적이고 남쪽지방은 설명적이다. 북쪽지방은 추위 때문에 언어생활도 간결한 축약형을 선호한다. 충청도 방언의 특징은 북쪽의 축약형과 남쪽의 늘어짐을 모두 아우른다. 언어문화의 점이지대이기 때문이다. 간결한 방언 속에도 할 말을 다 한다. 상대방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의미전달이 충분한 경제적인 언어활동이다.

같은 충북 내에서도 청주지방과 충주지방, 제천지방, 영동지방의 말투가 또 다르다. 언어선택은 비슷하지만 억양이 다르다. 제천 말투에는 강원도와 경상도 말투가 약간 섞여있고 영동지방의 말투 역시 경상도, 전라도 영향을 조금 받았다. 이 때문에 출생지가 어디인지 굳이 묻지 않아도 말투만 들으면 고향을 척척 알아낸다.

이번에 청주시와 충북대 국어생활연구소가 공동으로 펴낸 '청주 토박이 말 조사 · 연구'는 우리고장 정신문화, 언어문화의 소산을 집대성한 것으로 충북학 또는 청주학 연구에 큰 자료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산업사회가 진행되면서 타 지역과의 교류가 잦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남아있는 충청도 사투리도 언젠가는 타 지역 언어문화와 동화되어 사라지거나 줄어들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청주 토박이 말'에 대한 연구서적은 청주의 정체성, 역사성을 간접적으로 규명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누룽국(손국수), 베름박(벽), 껄띠기(딸국질), 호맹이(호미), 고쿠락(아궁이), 옥씨기(옥수수), 왕아치(방아깨비) 지렁물(간장)등은 정감어린 청주의 토속어이지만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