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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20 16:54:35
  • 최종수정2021.07.20 16:54:35

권인숙

충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활력과

"아니, 이제 우린 뭐 먹고 살지요"

오늘도 우리는 농업인이 일궈낸 결실과 노력이 무너지는 현장에 나와 있다. 눈물을 보기도 일상다반사. 어제는 슬퍼서 주저앉은 농업인, 오늘은 화부터 내시는 농업인.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명, 농업인들의 한평생이 담긴 과수원과 그 얼굴을 마주하며 다시금 농촌지도사라는 나의 역할에 대해 반성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과수화상병. 그것은 잎이 불에 타들어 가는 증상처럼 우리에게도 5월의 불처럼 다가왔다.

농산물 가공 담당업무를 잠시 뒤로 하고 전 직원이 모두 나서서 밤낮으로 고생했다. 사전방제부터, 매몰, 손실 보상금 처리까지 화상병으로 인해 진행되는 행정절차와 출장 일정은 어마어마했다.

어느새 우리의 차림새는 땀에 찌든 옷들과 흙 묻은 신발로 번져갔다.

27년을 과수원집 딸로 지내며 사과에 더 애정이 있던 터라 화상병 양성 판정을 내릴 때마다 참 마음이 안타까웠다.

농업인들의 모습에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비춰져 가끔은 눈물을 몰래 훔친 적도 있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날씨 탓에 너무 힘들고 지칠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농업인분들이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 한마디와 건네는 시원한 물 한잔이 나를 다시 힘내게 하는 원천이 되곤 했다.

화상병 근무를 처음 나가던 날. 어수룩한 나는 선배님들을 따라 화상병 예찰과 신고 접수 업무를 도왔다.

초반만 해도 나무 주 수는 어떻게 세야 하는지, 기주식물이 무엇인지, 농업인과는 어떻게 편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갈지 몰라 당황하기 일쑤였다.

차차 시간이 지나고 화상병 조치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이제는 어느 정도 숙달된 식물 방제관으로서 팀과 역할 분담도 잘 나누고 협동심도 기르게 되어 화상병 방제 전문가가 되어갔다.

화상병은 농업인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농업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지만, 특히나 팀끼리의 단합과 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볼 수 있는 협동의 장도 됐다.

우리 팀의 팀장님이시자 화상병 총괄을 진행해주신 임강식 팀장님께선 항상 출동 시에 팀원들보다 먼저 앞서서 시료도 채취하러 가시고, 팀원들이 최대한 힘들지 않도록 궂은일도 먼저 해주셨다.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련한 우리 팀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셨기에 우리 팀이 문제없이 화상병과 싸울 수 있었다.

이제는 올해 화상병의 불씨가 점점 꺼져간다. 지난해보다 32% 수준의 발생률로 마치 불씨를 소멸시키는 소방관처럼 희생한 직원들의 노고에 방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화상병 방제의 숨은 1등 공신은 바로 충주시 농업인분들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피해로 인해 가장 힘드실 그분들께서 적극적인 협조와 사전방제를 열심히 이행하셨기에 충주시가 방제의 선두주자로서 나아가고 있다.

다시 한 번 충주시 농업인 대표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화상병 양성으로 이미 매몰된 과원의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사과나무가 있던 자리에 새롭게 자라나는 작물들처럼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농업의 최전방에서 농업인을 위해 노력하고 또 올바른 지도를 할 수 있는 그런 안내자 같은 사람이 되기로 다짐해본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의 중심에서 타오르는 불씨처럼 계속 나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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