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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 시대에는 계절마저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등장한다. 만년설로 뒤덮인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 자체가 관광 상품이다. 협궤 열차가 1년 내내 몽블랑, 필라투스 등 알프스의 험준한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산록에 핀 청초한 에델바이스를 뒤로하고 산 정상에 오르면 언제나 한 겨울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산맥 주변의 수많은 스키장에서는 연일 겨울 이야기가 눈꽃을 피운다.

일본 홋가이도의 중심도시인 삿포로는 계절마다 축제를 연다. 봄에는 꽃 축제를 열고 여름에는 맥주축제를 열며 겨울에는 그 유명한 눈 축제(유키 마츠리)를 연다. 세계 3대축제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삿포로의 눈 축제는 눈이 많이 내리는 설국(雪國)의 기후조건을 이용하여 축제로 가꾼 것이다. 삿포로 시 오오토리 공원의 눈 축제와 스스키노의 얼음축제는 설국의 정취를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혼슈 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에서 해저 터널을 이용하면 눈 축제의 감동이 배로 늘어난다. 이 축제를 찾는 관광 인파는 연 230만 명에 이른다.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氷燈祭)도 꽤나 유명한 겨울 축제다. 송화강의 얼음을 하얼빈 조린 공원으로 실어와 얼음조각, 눈조각의 향연을 펼친다. 자금성 등 세계 유명 건축물이 얼음조각으로 재현되고 갖가지 동물과 기기묘묘한 물체들이 얼음조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 안으로 여러 조명장치를 하여 밤이 되면 거대한 얼음 비주얼 쇼를 연출한다. 청주예총에서는 이 축제에 가끔 참여하여 우리고장의 조각 솜씨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겨울 축제가 여러 곳에서 열리지만 그 선두주자는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다. 전방이 가까운 화천은 북한강과 겨울이 춥다는 것 이외에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산골이다. 화천은 지난 2003년, 그런 지형과 기후조건을 역이용, 화천 산천어 축제에 시동을 걸었다. 이 축제의 테마가 된 산천어는 1급수에만 서식하는 깨끗한 물고기다. 연중 수온이 섭씨 20도를 넘지 않고 용존산소량이 9ppm을 넘는 맑은 계곡이 산천어의 보금자리다.

측면에 비행기 창모양의 파 마크(par mark)가 있는 산천어는 아미노산, 필수지방산, 비타민 등이 충분하여 고혈압 등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양 강장제로도 널리 쓰인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산천어를 즐겨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천어는 회로 먹어도 좋지만 이를 재료로 한 간장 찜, 국수, 김치완자전, 훈제, 통구이, 두부 완자찜 등도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화천은 남한에서 얼음이 가장 빨리 어는 지역 중의 한 곳이다. 한 겨울이 되면 두께 40cm 정도의 얼음이 어는데 이 얼음을 뚫고 즐기는 얼음낚시가 축제의 주 행사다. 이 축제가 시작되자 전국에서 얼음낚시를 즐기려는 강태공들이 몰려들고 있다. 1월10일부터 1월27일까지 18일간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는 줄잡아 1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어름낚시 이외에도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이벤트는 어린 날의 향수를 자극한다.

'얼지 않는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이 산천어 축제의 슬로건인데 올해의 테마는 '얼음나라 화천, 1박2일 또 오세요'로 정했다. 농촌 마을이나 펜션을 이용, 관광객의 숙식을 가능케 하면서 고구마 구어 먹기, 농 특산물 판매장인 농촌사랑 나눔 촌 운영, 사랑방 마실, 토요콘서트 등 겨울의 추억을 새길만한 여러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창작썰매 콘테스트, 입체영화 상영, 화천민속박물관 운영, 세계 겨울축제 심포지엄 등도 겪을 거리 중의 하나다.

충북에도 수자원이 풍부하여 겨울축제를 구상할 만도 한데 화천 산천어 축제처럼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겨울 축제가 없다. 계속된 강추위로 대청호가 얼어붙은 요즈음 대청호에는 빙어 어름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의 발길이 부산하나 아직껏 축제로는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영동군이 응달 암벽에 인공 빙벽을 조성하여 빙벽 등반 마니아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정도다. 문화산업시대에는 아이디어가 승부를 가른다. 여기에는 고정관념을 깬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추운 자연조건을 역이용하여 산천어 축제를 성공시킨 화천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고장에도 그럴싸한 겨울 축제를 만들어 보자. 기존의 겨울은 살기 어려운 계절이었는데 요즘의 겨울은 내 고장을 살찌게 하는 요소로 개념을 바꾸고 있다. 생각에 따라 불리한 조건이 유리한 조건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문화 산업시대의 한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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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