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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세월따라 떠난 여행

노년 여유·통찰력 담아 ‘대지‘ 등 88편 수록

  • 웹출고시간2007.07.18 08:50:0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그리운 푸른바다/ 그림 같은 아름다운 섬/ 영화로 처음 알려진 섬/ 먼 세월 저편/ 그 아픈 역사/ 흰모래 위에 오롯이 새겨 놓고/ 슬픈 이야기만 남긴 채/ 실미도는/ 오늘도 남북으로 길게 누워 있다./ 잠진도 무의도 거쳐/ 흰 구름 흘러가는 산정엔/ 가엾은 영혼들 서성이고/ 혹독했던 훈련장 옛터엔/ 잡초만이 바람에 나부낀다/ 처얼썩 처얼썩/ 부서지는 파도 소리/ 그 날의 꽃다운 넋들/ 그 원혼들을 달래고 있다. <‘실미도에서’ 전문>

한 편의 시는 그 시인의 영혼의 구조를 보여준다. 고희를 맞는 노년의 여유로움과 통찰력, 그러면서도 유연하고 풍요로운 언어 운용이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지난 2000년 청주고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윤재문(70)씨가 고희 기념 시집 ‘산 따라 물 따라 세월 따라’를 발간했다.

윤씨의 첫 시집인 ‘산 따라 물 따라 세월 따라’는 자연을 사랑하고, 숲을 좋아하고, 물 따라 산행을 즐기는 시인자신의 인생관을 듬뿍 담고 있다.

지난 99년 교평문학 시 부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2003년 공무원문학 시로 등단한 그는 비록 시인으로서 출발이 늦었지만 빈틈없는 삶의 철학과 기성 시인들의 속성지배, 대량생산에서 벗어나 질적인 가치와 순정을 담아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본문에 실린 ‘실미도에서’는 원시적 순수의 실체인 섬과 바다란 존재에 대해 인간의 때 묻은 관념으로 덮씌우기를 거부하고 남북분단의 아픔을 여실없이 드러냈다. 그 속에서 가슴으로 끌어안은 아픈 역사의 존재는 그 순수의 절대 자유를 인정하고 지속하지 않겠다는 넉넉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윤씨는 이 시집에서 계절의 변화에 따른 경이감, 등산을 중심으로 본 산의 느낌, 강과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정감, 외국에서 보고 느낀 점 등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래서 서정적이고 서사적인 내용이 많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집에서 윤씨는 “국어교과를 가르치면서 좋아하던 시를 쓸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생활의 여유를 찾은 것 같아 만족한다”며 “이번 시집은 현직 근무할 때의 작품과 퇴임 후 신문 등에 발표한 시들을 간추려 엮은 것으로 칠순을 맞아 200여편의 시 중 88편의 시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시집 ‘산 따라 물 따라 세월 따라’는 ‘삶’, ‘대지’ 등이 실린 ‘1부 봄이 오는 소리’를 비롯해 ‘보길도 기행’, ‘여름에 띄우는 편지’ 등이 담긴 ‘2부 여름에 띄우는 편지’, ‘3부 가을 묘소’, ‘4부 겨울의 문턱에 서서’, ‘세월은 가고’ 등 모두 5부로 구성됐다.
/ 김수미기자
ksm00s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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