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09.01.12 17:32:4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육회(肉膾)'를 'six times(6회)'로 번역해 놓은 것과 관련, 국내외 인터넷이 다시 시끄럽다. 엉터리 번역으로 인한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번역의 오류는 대개 우리말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외국 유학 열풍으로 유아 때부터 외국어를 접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실상이다. 하지만 우리말 실력은 엉망이다. '국어 지진아'들이 부지기수다.

***번역 오류 이대로 곤란하다

번역(飜譯 translation)은 한 나라 말로 된 글을 다른 나라 말로 옮기는 행위다. 이 때 원래 쓰인 언어가 소재언어다. 그 소재언어로 표현된 글은 원전이 된다. 나중에 바꿔 쓰는 언어는 목표언어다. 그 언어로 옮긴 글이 번역물이다. 모두가 원전으로 다 이해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한 사람이 세계 각국의 말을 고루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의 각 언어는 서로 문법과 말의 뜻이 다르다. 역사와 관습도 다르다. 따라서 원문의 뜻을 정확하게 옮기기가 쉽지 않다. 고도의 훈련을 거쳐야 가능하다. 당연히 그 나라의 역사와 관습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직역과 의역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기술 역시 꼭 필요하다.

나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잠깐이나마 영어나 불어 등의 원전을 자주 접했다. 대학원 땐 번역작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원전의 뜻을 우리말에 맞게 살려내는 일이었다. 번역 작업에서 원전의 정확한 이해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말 실력이 더욱 문제일 때가 많았다는 얘기다. '정확성'과 '적확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번역은 네이티브를 위한 것이 아니다. 순전히 우리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원전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함께 우리말 실력이 뛰어나야 훌륭한 번역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번역 오류는 너무 많다. '육회=six times'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압권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공항 음식점 메뉴판에 gingko nut '은행'이 금융기관 'Bank'로 표기된 적도 있다.

번역 오류는 음식에만 있지 않다. 미국 몬태나주 목장을 무대로 한 가족의 애증어린 가족사를 그린 미국영화 'Legends Of The Fall'은 아주 유명하다. 우리에겐 '가을의 전설'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작가가 의도한 'Fall'은 '가을'이 아닌 '몰락'의 의미라는 게 정설이다. 국내에 이 영화가 소개되면서 그 유명한 가을의 전설이 됐다. 이 역시 번역의 오류라 할 수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국내에는 내로라하는 수많은 소설가 등 작가가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말과 우리글, 우리 책에 대한 외국어 번역이 허술했던 까닭이다.

우리말도 하기 어려운데 남의 나라 말을 옮기는 작업이 결코 쉬울 수 없다. 그렇다고 '육회(肉膾)'가 'six times(6회)'가 돼선 안 된다. 그래선 정말 곤란하다.

***국어정책 새로운 변화 필요

우리나라 성인의 문맹률(비문해율)은 1.7%다. 문해(文解·literacy) 가능 비율이 98.3%란 얘기다. 선진국 평균(98.6%)에 근접하는 아주 높은 수준이다.

대학생들의 국어 실력을 의심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국의 30%가 넘는 대학들이 중·고교 수준의 국어 보충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최고 수재들이 모인다는 서울대마저 학생들의 낮은 국어실력 때문에 고민이라고 한다. 참 우스꽝스러운 시사가 아닐 수 없다.

번역은 외래문화를 자국의 전통에 따라 변용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내는 문화적 실천이다. 따라서 꾸준한 노력 없인 불가능하다. 국어 정책에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 국어 교육 역시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가 됐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