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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매사에 너무 서두른다. 서둔다고 해서 일이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옛 사람들은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매어 못쓰는 법이다. 한국인의 과속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어느 학자가 걸음걸이의 빠르기를 재어보니 지구상에서 한국인의 걸음이 제일 빨랐다고 한다.

1분 동안 한국인은 60~70보를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양인 20~30보에 비해 2~3배 빠른 속도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에도 한국인의 조급성은 그대로 나타난다. 층수버튼을 누르면 조금 있다가 문이 닫히는데 그걸 못 참고 닫힘 버튼을 누르기 예사다. 이렇게 해서 낭비되는 전력이 만만치 않은 데에도 말이다.

자동판매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커피가 잔에 차기도 전에 출구로 손을 넣는다. 그로인해 번번이 와이셔츠를 버리면서도 이 습관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 식당에서는 더욱 심한 진풍경이 벌어진다. 음식은 익혀야 먹을 수 있다. 요리를 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걸 못 참아 빨리 달라고 재촉하니 설익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와인은 단숨에 마시는 게 아니다. 천천히 몇 번에 걸쳐 마시면서 촉각, 미각, 후각 등 신체의 감각기관을 동원해야만 진미를 만끽할 수 있다. 외국에도 한꺼번에 마시는 '원 샷'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남용하지는 않는다. 천천히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하는 게 서구인들의 음주습관이다. 음식문화에도 '빨리 빨리' 병이 만연돼 있으니 속이 편할 리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위장약이다. 음주문화의 조급증 속에 탄생한 것이 바로 폭탄주다. 일거리는 많고, 빨리 취하고 싶은 까닭에 여러 술을 섞어 단번에 마시는 해괴한 음주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한국인의 조급증은 오랜 농경문화와 외세의 침략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일단의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계가 뚜렷하여 때를 놓치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씨 뿌리는 시기, 김매는 시기, 수확하는 시기에 일손을 맞추지 않으면 일 년 농사가 피농을 하고 만다. 그런 까닭에 농부들은 새벽부터 어스름까지 시간과 싸우게 된다. 어부들도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만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한국인의 조급증은 잦은 외세의 침략이 부채질을 했다. 몽골전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의 침략, 6.25 등 숱한 전란이 한국인을 바쁘게 만들었다. 어느 고장에서 정착하여 살다가도 여차하면 피난을 가야하기 때문에 마음이 바빠진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을 보면 '생활전선'이라는 말이 실감나듯 숫제 전쟁에 가깝다.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빨리 빨리 병'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속도전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근대화를 이룩했고 전후(戰後) 반세기 만에 OECD에 가입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집을 짓거나 도로를 개설하는데 한국인만큼 빠른 민족이 없다. 몇 달이 지나면 못 보던 마천루가 높이 솟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근대화 과정에서 그러한 부작용은 기어이 나타나고 말았다. 공기(工期)의 단축은 불가피하게 부실 건축물을 양산하고 말았다. 와우아파트 붕괴, 우암 상가 아파트 붕괴, 행주대교 붕괴 등 대형 사고는 '빨리 빨리 병'이 초래한 참사다. 이외에도 날림 공사는 생활주변에서 수도 없이 발견된다. 완공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의 벽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벽면에 금이 가기 다반사여서 하자보수의 요청이 그칠새 없다.

'빨리 빨리 병'은 결과론적 발상이다. 인생은 결과론적인 것이 아니라 과정에 의미가 있다. 참된 인생은 참된 과정에서 탄생한다. 올해는 기축 년, 소의 해다. 소는 걸음이 느리다. 그러나 그 느린 걸음으로 밭농사, 논농사를 다 짓고 나중에는 인간들에게 고기까지 제공한다. 소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우보만리(牛步萬里)다. 만리 길도 첫 걸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너무 많다. 그 많은 과제를 한꺼번에 풀려하지 말고 소걸음이 의미하듯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갔으면 한다. 엉킨 실타래를 빨리 풀려다 보면 실이 끊어지거나 더 엉키게 된다. 우직하게 논밭을 가는 소의 근면성을 교훈삼아 느림의 철학으로 이 난국을 타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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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