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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이나 유적지 발굴 현장을 둘러보면 금붙이, 옥구슬, 엽전 등 귀중품이 출토되는 예가 아주 많다. 그 당시에 유행의 첨단을 걷던 일류 멋쟁이들과 부유층의 생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다. 해동통보, 상평통보 등 엽전이 꾸러미 채 나오는 것을 보면 고려, 조선시대의 활발했던 상거래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짠지 쪽 같은 문물을 흘렸고 객주(客主)와 저자거리에서 또 얼마나 많은 권모술수와 음모가 자행되었겠는가. '흘러가는 세월은 우리의 재보(財寶)를 하나하나 빼앗아간다'라는 호라티우스의 말이 새삼스럽다.

인간이 살다간 흔적은 뚜렷하되 그 화폐나 귀중품의 주인은 한 줌의 재로 변해있다. 유한한 우리네 인생사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권력을 잡은 사람이나 부(富)를 움켜진 사람들은 자신의 일시적 소유물이 마치 천년만년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기 일쑤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고사성어가 말해주듯 돈이나 명예, 권력 등은 주인공이 살아있을 동안만 존재하는 한시적인 것들이다. 불로장생을 추구했던 진시황도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 자리엔 흙으로 빚은 수천 기(基)의 병마용만이 남아 2천 년 전의 전설을 말해준다.

창밖을 내다보니 벌거벗은 겨울나무가 삭풍에 떨고 있다. 꽃피고 새 우는 지난날의 영화(榮華)를 다 버리고 맨 몸으로 겨울을 맞는다. 만약 나무들이 나뭇잎을 털어내지 않으면 겨울을 무사히 날 수가 없다.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나뭇가지만 남겨두어야 한다. 나뭇잎은 떨어져 거름이 되고, 그 거름은 이듬해 봄 새싹을 틔우는 활력소가 된다.

우리 조상들이 애용하던 술잔 중에 계영배(戒盈杯)라는 잔이 있다. 이 술잔은 70%만 채워야지 가득 채우면 모두 흘러내리고 만다. 자신의 과욕을 경계하여 특별히 만든 술잔이다.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은 항상 계영배를 옆에 두고 스승으로 삼았다. 그는 이익의 100%를 취하려 들지 않았다. 이익의 70%만 채우고 나머지 30%는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었다.

이른바 '비즈니스 파트너 십'을 일찍이 실천한 것이다. 장사는 상대방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부유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만 구매력이 생겨 앞날을 기약하게 된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윈 윈'(win win)의 방법론이 바로 계영배에 숨어있는 것이다. 욕망은 물과 같다. 욕망의 손바닥으로 물을 움켜쥐려 하면 물은 어느새 다 빠져버리고 만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게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욕망의 노예가 되어 패망의 길을 걷는 예를 우리는 생활주변에서 수도 없이 목격한다. 문어발식 확장을 하려다 부실의 늪으로 빠진 기업이 있는가 하면 가망성도 없는 로또 복권에 올 인을 하다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피타고라스의 말처럼 욕망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

연말로 접어들며 전 세계로 몰아친 금융위기로 나라 살림살이가 신통치 않다. 나라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졌다. 미국 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경제를 수렁으로 빠트렸고 미 자본주의의 선두주자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계의 빅 스리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되었다. 일본의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자동차업계도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직, 간접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우리의 살림살이가 과거 IMF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욕망의 잔이 가져온 업보다. 욕망의 잔은 비워야 한다. 그러나 의욕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욕망은 패망에 이르는 길이나 의욕은 희망을 지피는 불꽃이다. 우리는 억척스럽게도 고난의 근대사를 영광의 길로 만들었다. IMF의 늪을 슬기롭게 헤쳐 온 저력을 다시 응집시켜 이번의 경제난도 기필코 극복해야 한다.

무자년 한해가 점점 꼬리를 감추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7위 입상 환희와 숭례문 화재 등 숱한 애환으로 점철된 이 한해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세모의 아쉬움과 새해맞이의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욕망으로 채웠던 잔을 모두 비우자. 그래야만 새해의 소망을 그 잔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잔은 차면 넘치게 마련이다. 넘치기 전에 그 잔을 덜어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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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