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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

인생의 마지막 길 걷고 있는 성모꽃마을 말기 암 환자들

  • 웹출고시간2008.12.30 19:34:2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마음을 비우는 기도를 하고 나니까 아프지 않아서 이젠 통증을 완화시키는 주사를 맞지 않아요"

간암 말기임을 알고 성모꽃마을(청원군 내수읍 원통리·대표 박창환 신부)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서영진(여·39) 씨는 활짝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성모꽃마을을 알게 됐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이곳에서 치유 받을 수 있는 확신이 있다"는 서 씨는 "미워해봤자 말기 암 환자 아니냐"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암세포가 있는 간 부위를 만지면서 잘잤니· 간아, 오늘도 잘 살아보자"고 격려한다는 서씨는 "아침을 맞을 때마다 새날을 주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해 진정한 감사의 의미를 일깨워줬다.


서 씨처럼 말기 암 환자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는 성모꽃마을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곳이다.

8년 째 이곳에서 호스피스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자숙(여·청주시 상당구 사천동) 씨는 "사람이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죽는 순서는 알 수 없다"며 "잘살기 위해서는 현실에 충실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그동안의 경험을 요약해 말했다.

장 씨는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죽을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마음으로 통하고 잘 대해주면, 준비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며 "준비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은 편하고 아름답게 돌아가신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천주교 청주교구 진천성당의 박창환 본당신부에 의해 시작된 성모꽃마을은 지금까지 1천명이 넘는 환자가 거쳐 간 것으로 기록이 남아있으나 실제로는 1천300여명이 거친 것으로 초창기부터 봉사해온 봉사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전액 후원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해 왔으나 최근에는 도서판매와 인근 후원자의 산삼을 판매한 수익금을 보태 운영하고 있는 성모꽃마을은 종교와 무관하게 말기 암 환자이면 들어올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가족·친척과의 갈등이나 개인적 걱정 등을 함께 해결해 줌으로 써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를 돕고 있다.


특이한 점은 '마음의 준비가 된 환자들이 자신이 갈 날을 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얼마 전에도 말기 암으로 이곳에서 생활하던 30대 중반의 여자 환자가 하늘나라에서 나를 기다린다. 목욕을 시켜달라고 해 목욕을 시켜줬는데 며칠 후 편안하고 예쁜 모습으로 갔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갈등은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고 용서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갖도록 도와 드린다"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면 이때부터 대부분 마음의 준비를 마친다"고 말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감사기도가 절로 나오는 성모꽃마을의 환자들은 다시 살 수 있다면 남을 위해 살고 싶다는 마음과 병실에서 서로 청소를 하거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 환자는 다른 환자를 위해 임종을 잘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등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행복하게 인생의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성모꽃마을 환자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한해의 마지막 날을 맞는 충북도민들에게 희망과 봉사를 진정한 의미를 깨워주고 있다.

/ 김규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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