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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12.30 18:54:5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열병의 계절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은이), 김영선 (옮긴이) | 문학동네, 360쪽, 1만원

청소년 소설상을 휩쓸며 문단과 독자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 로리 할츠 앤더슨의 소설 '열병의 계절'이 출간됐다.

이 책은 미국 독립전쟁 직후 열병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한 소녀가 다시 일어서려는 불굴의 의지로 삶을 되찾아가는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1793년 필라델피아를 강타했던 황열병에 대한 지역신문의 기념기사에 영감을 받아 이 책을 탄생시켰다. 7년간의 꼼꼼한 자료조사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탄탄한 역사소설의 얼개에 독립 전쟁 직후의 역동적인 미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거기에 성장소설의 재미와 감동까지 더해 소설적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어떠한 타협이나 도피 없이 고통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나가는 평범한 열네 살 '매티'를 통해 진보적인 여성상을 담고, 흑인 '일라이저' 아줌마를 통해 이후 남북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하는 흑인 노예의 인권과 평등의 문제를 조명하기도 한다.

책장을 펼치면 주인공인 14살 매티는 필라델피아에서 커피하우스를 경영하는 어머니와 할아버지와 사는 열네 살 소녀이다. 매티는 아침이면 엄마의 잔소리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고, 군인 출신인 할아버지의 무용담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귀 기울여 듣는 평범한 소녀로 커피하우스 일을 돕고 있다. 엄마는 벌써부터 그럴싸한 혼처를 물색하고 있는 듯하지만 매티의 머릿속은 온통 사업계획으로 가득 차 있다. 커피하우스를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만들까, 프랑스에서 근사한 여성용품을 떼다 팔아 부자가 되어야지 등등. 그리고 매티는 요즘 들어 화가 필 아저씨네 그림방에서 일하는 '너새니얼'이 부쩍 멋지게 보인다. 물론 엄마 눈에는 화가 조수 너새니얼이 성에 차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매티의 친구이자 가게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폴리'의 죽음을 시작으로 평화로운 일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멀리서 온 배들이 머무르는 필라델피아 항구는 여름이면 종종 잔병이 머물다 가는 곳이기에 이번에도 매티의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그해 여름은 달랐다. 똑똑한 사람들이라면 필라델피아를 이미 떠났다는 흉흉한 소문이 퍼졌고 그에 따라 도시는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결국 필라델피아를 덮친 병은 황열병으로 밝혀진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도시는 한순간에 무법천지가 되고, 약탈과 굶주림이 난무한다. 열병은 매티네 집 역시 피해가지 않았다. 엄마는 열병으로 쓰러지고, 매티는 할아버지와 함께 시골로 피난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시름시름 앓게 되면서 계획된 여정에 차질이 생긴다. 그리고 매티마저 열병에 쓰러진다. 엄마와의 생이별 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던 할아버지가 강도와의 난투 끝에 돌아가시게 되자 매티는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다. 그리고 열네 살 소녀에게는 벅차기만 한 고난이 펼쳐진다.

이 소설은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소설적 요소를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풍부한 자료수집을 통해 1793년의 필라델피아를 사실적으로 복원하고 있는 점이다. 이 책은 모두 29장으로 구성돼 있고 각 장이 시작할 때마다 당시 문헌의 한 대목을 인용해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간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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