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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청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수필가

이른 아침 파도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넓은 창문으로 내다보니 건물 바로 앞까지 파도가 밀려와 철석이고 있다. 태풍으로 인해 바다가 범람하여 밀려들러 온 건 아닌지 화들짝 놀라 맨 발로 뛰어 나가 보았다. 어제 보다는 바람이 조금 세게 몰아치고 있다. 넘실넘실 출렁이는 파도의 음폭도 더 높고 넓게 퍼지고 있다.

어제 오후, 바다는 고운 모래 해변이 넓고도 넓었다. 짙푸른 녹색바다에 비친 햇살이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곱디고운 모래밭을 걷는 동안 엉클어진 맘조차 평온해졌다. 때로는 거칠게 몰아치고 때로는 부드럽게 다가오는 파도는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오늘 아침 바다는 "지금 내 마음은 이래.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날 가만두질 않네. 내 맘속에는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어. 내 안에서 노니는 고기들과 꽃들이 언제나처럼 평온하게 지낼 수 있게 보호해줘야 해. 그러기 위해서 어제 네가 노닐던 해변을 오늘 아침은 내게 양보해줘야 해"라고 속삭이고 있는 듯하다. 아침바다는 연신 모래 위에 거품을 품어내고 있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게 부드러운 카푸치노 한 잔을 건네주고 있는 것처럼. 거기다 상큼한 바람 한 점과 잔잔한 파도소리도 들려주고 있다. 밀고 당김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슬리지 않고 있는 내게 대가를 지불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만일, 넓은 해변의 모래사장을 내가 독차지하려고 파도가 넘나들지 못하도록 둑을 쌓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해본다. 파도는 자유로이 유영하고 싶은 자신을 억압한다고 생각하며 내게 불만을 표현하겠지. 둑을 허물고 해변을 거닐 수 있는 행복도 내게서 빼앗아 가버리지 않을까. 드넓은 망망 바다를 보며 겉으로 보이는 것만을 바라보던 내게 오늘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파도가 내게 귓속말을 한다. "내 얘길 들어줘서 고마워. 이제 친구가 해변에서 내가 선물한 조개도 줍고 놀 수 있게 잠시 물러나 있을게"라고. 어제 오후처럼 고운 모래 해변이 펼쳐졌다. 양동이를 들고 조개를 캐고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지붕 위에 앉아 있던 갈매기도 무리로 내려와 노닐고 있다.

사람이 사는 세상도 바다처럼 밀고 당김의 연속이 아닐까. 내 주장을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가기만 한다면 아무런 결실도 없이 마음만 다치겠지. 이견(異見)이라는 다름의 벽은 자꾸 높아져 오를 수 없는 높은 산을 만들겠지. 벽이 없는 세상은, 서로 밀고 당김을 할 수 있게 상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상대가 하는 얘기에 무조건 담을 쌓지 말고 가만히 들여다본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주제를 갖고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며 토론을 펼치는 TV 프로그램을 가끔 시청한 적이 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토론자도 훌륭하지만 토론을 이끌어 가는 사회자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한다. 토론자의 서로 다른 의견을 중재하며 밀고 당기며 리드하는 모습. 결론을 내리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은 토론을 듣는 각 자의 몫으로 맡기는 사회자의 역할이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 적자생존보다는 서로 공생하고 상부상조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상처가 곪아 터질 때까지 견디다 더 큰 병으로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그릇되고 옳지 않음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누군가의 외침을, 이야기를 귀 기울여주며 서로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내가 꿈꾸는 세상이라고 바다에게 내 맘을 들려준다. 오늘 아침 파도가 전해준 카푸치노 한 잔의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하루 종일 입 안 가득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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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동계훈련으로 전국체전 6위 탈환 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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