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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12.15 19:43: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인간 승리'·'불굴의 의지'· 등등…. 일반인들이 어려운 환경이나 장애를 딛고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 보내는 흔한 수사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무엇을 성취했는가"보다는 "어떻게 성취했는가"에 대해 좀 더 주목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하지 않아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그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다.

***기적이라고 말하지 말자

충북 옥천의 한 보육원생이 당당히 서울대에 합격했다. 아주 칭찬받을 만하다. 그리고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일제히 '작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가능한 일이다.

이모(19) 군은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을 통해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했다. 이 군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떠돌이 생활도 했다.

13세 때 비로소 옥천의 한 아동보육시설에 맡겨졌다. 그때까지 공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보육원에 들어온 뒤 초등학교 6학년에 편입했다. 첫 시험에서 전 과목 꼴찌였다.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그날부터 밤을 새워 공부했다. 급기야 초등학교 졸업 무렵엔 학급에서 1등이 됐다. 중·고교 6년간 줄곧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 없이 혼자 살아가는 것은 무척 힘들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군을 통해서도 뼈저리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군의 서울대 합격은 더욱 값지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노력한 당연한 결과라서 더욱 아름답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탔던 주인공이 요즘 달리기를 그만뒀다고 한다. 쇄도하는 인터뷰와 매체의 지나친 관심이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히말라야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등반 영웅 엄홍길씨와 벌써 백두산도 다녀왔다.

새로운 도전은 참 좋은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아름답다. 하지만 '말아톤·· 주인공의 새로운 도전은 왠지 자꾸만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도전은 그 자신의 바람에 의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아주 긍정적이었다.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참 가치 있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이 무감각한 이웃과 사회의 시선을 끌어내기 위한 몸부림이라면 아름다울 수 없다. 어쩌면 더욱 혹독한 도전과 극복을 사회가 강요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정적이다.

이 군의 서울대 합격은 물론 감동적이다. 의미를 확대하면 미국의 새 대통령 오바마의 당선이 준 감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바마의 성장환경도 극도로 가난하고 불우했기 때문이다.

이 군의 꿈은 외교관이다. '말아톤'의 주인공처럼 사회의 지나친 세속적 관심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 군도 예외가 아니다.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살피는 적당한 관심과 배려만 있으면 된다. 그래야 더 큰 꿈을 갖게 할 수 있다.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지나친 관심은 아주 큰 부담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든, 고아든 고아가 아니든 간에 똑같은 배려 속에 살 수 있는 세상이 바람직하다. 이 군의 성취가 사회적으로 너무 확대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이런 뜻에서다.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자

사람의 삶에는 마이너스 삶과 플러스 삶이 있다. 주어진 환경을 비판하고 한탄하는 삶은 마이너스다. 매사를 남의 탓으로 돌려도 그렇다. 반면 플러스 삶은 긍정적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한다. 이 군의 삶은 그런 의미에서 플러스 삶의 범주다.

사람의 삶은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든 스스로 선택한다는 데 있다. 결국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스스로 택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나만을 생각하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큰 사회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이 군 같은 인재가 곳곳에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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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