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읽기 - 음수현 (청주북부도서관사서) - 충북과 나의 연결고리 '충북일보'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 이순희 옮김 / 출판사 부키

다른 시각에서 재해석한 경제

이 책은 군에 있는 동생에게 보낼 책을 고르다 발견한 책이다. 인문학과를 갔지만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겠다던 동생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교양서 수준의 경제학 책을 찾다가 이 책을 구매하여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이 책이 군에서 정한 '불온서적'이라는 것이다. 대체 이데올로기를 다룬 책도 아닌 경제학 관련 책이 무슨 이유에서 불온서적이 되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에서 불온서적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오히려 홍보효과가 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출판사와 저자의 인세 상승에 영향을 주는데 한 몫 하였다. 개방정책과 선진국에서 주장하는 신자유주의가 과연 모든 이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하는 질문이 이 책의 주요내용이다.

결론은 '아니다'에 가깝다는 것. 무한경쟁이란 동등한 상태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으나 시작부터 불평등한 조건의 상태에서는 항상 더 많이 가진 사람들만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자국 사업을 보호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선진국들의 경제 정책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경제란 숫자놀음이 아니라 가진 자에 의한 정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또 다른 시각에서 보고자 한다면 추천하고픈 책이다.

모방범 1~3

미야베미유키 지음/ 양억관 번역/ 문학동네

미스터리 세계에 '풍덩'

일본소설이 우리나라 문학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건 꽤 오래전부터이다. 매니아층이 형성된 작가들도 늘었고, 서점에서 일본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 취향의 차이로 일본작품을 별로 즐겨 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베미유키의 모방범에는 추리소설로서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역시 소년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같은 만화의 원작자가 사는 일본답다고 생각한다. 이미 고전이 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시리즈, 셜록홈즈 같은 고전적 추리소설은 읽었지만 그에 비해 훨씬 파격적이고, 잔인하다. 한명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고, 여러명이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아미가와 고이치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작품 중간쯤에 밝혀진다. 범인이 누군지 밝혀졌지만 소설의 긴장감은 반감되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인간 내면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사회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마지막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도 고루 가지고 있는 추리소설이다. 따뜻한 커피한잔을 함께하며 미스터리의 세계로 빠지고 싶다면 나른한 주말 오후에 단숨에 읽어 내려갈만한 책이다. 3권까지 있기 때문에 시간안배는 하고 읽어야 한다는 주의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