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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11.25 19:07: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국민소득이 200달러에 머무르고 먹을거리가 신통치 않았던 1960~70년대, 설탕에 소다를 섞어 만든 '달고나'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허기를 채워주는 맛있는 주전부리였다. 어른들이 외출한 틈을 타 꼬맹이들은 음모를 꾸미며 부엌 한 귀퉁이에서 '달고나'를 만들어 먹었다. 설탕을 국자에다 끓인 데다 소다를 섞어 넣으면 잔뜩 부풀어 오른 '달고나'가 쉽게 만들어 졌다.

등하굣길에는 달고나 장수들이 꼬맹이들을 유혹했다. 달고나 장수들은 여러 가지 기술을 부렸다. 달고나를 철판위에 쏟아놓고 붕어 등의 무늬를 찍어냈다. 그 무늬를 따라 붕어를 떼어내면 덤으로 달고나 한 개를 더 주었는데 야속하게도 잘록한 꼬리부분에서 그 그림은 번번이 망가졌다.

지난 주말, 이런 어린 날들의 기억을 소재로 한 뮤지컬 '달고나'가 청주를 침공했다. 7080세대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뮤지컬로 재구성한 것이다. 송승환 PMC 프러덕션의 밀도 있는 연출은 단박에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키며 뮤지컬의 포로로 만들고 말았다. 문화예술의 포로가 백번 된들 어떠랴.

러닝타임 2시간30분 동안 펼쳐지는 춤과 노래는 관객을 추억의 강물로 몰아넣으며 폭소와 페이소스(연민의 정)를 자아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망각의 상자 안에 가두어 두었던 추억의 파편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튀어나왔다. 뻥튀기, 극장 간판, 만화방, 우물가 등 무대에 재현된 세트만 봐도 그리움 속으로 빠져든다. 가난하였지만 콩 한쪽도 나누어 먹었고 고된 삶의 칼날에 상처 입은 영혼을 서로 어루만지며 애환을 함께했던 지난날들의 초상이 문득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버지 고무신으로 엿을 사먹다 들켜 뒈지게 혼나던 일, 단발머리에 원피스 차림새의 담배가게 아가씨가 보고 싶어 그 집 앞을 기웃거리던 일, 어설픈 기타 솜씨로 대학 MT를 주름잡던 일, 2벌식 타자기로 연서를 쓰던 일 등은 비단 뮤지컬 속의 장면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어제 모습인 것이다.

어찌 보면 비좁은 골목에 마구 흩어진 삶의 조각들이나 이를 퍼즐게임 하듯 다시 짜 맞추어 예술혼을 불어넣으니, 그 보잘 것 없는 자잘한 일들도 하나의 역사가 되어 어제를 반추하는 반사경이 되고 훌륭한 문화상품이 된 것이다. 그것은 예술만이 가능한 일종의 가치전환이요 변용(變容)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좋아했던 세우와 지희. 그들은 달동네 만화방에서부터 사랑을 키우고 야한 영화를 보다 훈육 선생님한테 들켜 혼쭐도 난다. 대학 MT에서 젊음을 발산하며 '어린 왕자'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기도하지만 전경과 시위대로 입장을 달리한 두 연인은 1980년대 군부독재의 퍼런 서슬 앞에서 아파하고, 2벌식 타자기를 통해 만든 야심작은 삼류 멜로드라마로 전락한다.

결국 두 연인은 각기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세우는 '달고나'라는 추억의 상품을 파는 홈쇼핑의 PD가 되고 2벌식 타자기를 상품으로 내놓는다. 지희는 타자기와 함께 남겨놓은 편지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며 어릴 적 꿈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세우는 지희의 말에 위안을 얻고 자신의 작은 꿈을 다시 펼쳐 나간다. 두 주인공은 이상과 현실의 사이를 오가며 좌절하기도 하나 끝내 꿈을 잃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 뮤지컬에는 '나의 작은 꿈' '은하철도 999' '너 나 좋아해' '불티' '여행을 떠나요' 등 7080세대들에게 익숙한 가요 20여곡이 등장하며 향수를 자극한다. 이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해온 춤의 발전과정도 되돌아보게 한다. 60년대 트위스트에서 70년대 개다리 춤, 80년대 고고, 90년대 디스코, 2000년대 브레이크 댄스에 이르기 까지 춤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무언극 '난타'로 세계무대를 평정한 바 있는 송승환 사단의 야심작으로 제2의 한류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국판 맘마미아'라는 세간의 극찬도 아깝지 않으며 뮤지컬의 고전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도 근접할 만한 하다. 이 뮤지컬은 밀도있는 연출과 다이내믹한 장면전환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지만 그보다도 관객을 붙드는 힘이 더 강한 요인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는 점이다.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일상사를 재구성하여 뮤지컬로 만든 점은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의 속담을 곱씹게 한다. 평범 속의 비범을 터치해낸 연출이 성공의 비결인 듯싶다. 불우이웃을 뒤돌아보게 하는 연말에 권장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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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