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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10.15 19:58: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명순 회원

지구를살리는청주여성모임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를 먹고 아기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와는 상관없는 중국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우리 나라 역시 과자를 비롯한 여러 식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하고, 세계 곳곳에서 멜라민 파동 일파만파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속속들이 들렸을 때 내 생각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가를 알게 되었다.

이미 우리 밥상에 중국산 등 대부분 수입산이 올라오는 우리의 현실에서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7%이며, 쌀을 제외하면 5%도 안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 먹거리 70%이상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멜라민보다 더 위험한 것을 먹게 되어도 속수무책인 날이 올 수도 있다. 현재 멜라민 파동보다 이런 우리의 현실이 더 공포스럽다.

전 세계 80개국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케어(CARE)의 로버트 글래서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식량이 부족해지면 일단 어머니가 음식 섭취를 중단한다. 남은 음식을 자녀들에게 먹이기 위해서다. 가난한 나라에선 하루에 한 끼를 먹던 아이들이 요즘엔 이틀에 한 끼를 먹는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식량을 한 컵이나 두 컵 단위로 사고 있다.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도 급증했다’

아샤로즈 미기로 유엔 사무부총장 역시 ‘지난 해 한 해 동안 쌀값은 74%, 밀 가격은 130% 폭등하면서 올해 약 1억 명이 추가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결코 굶주리는 아프리카나 쌀 수출국에서 세계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락하여 최대의 식량위기를 겪는 필리핀만의 상황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먹거리를 자급하지 못하고 먼 나라에서 들여오는 상황에서 계속된다면 멜라민 사건과 같은 식품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며,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먼나라 식품으로부터 우리 식탁이 위협당하지 않으려면 우리 먹거리를 우리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멜라민 파동을 보면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장 떨어진 발등의 불끄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고 살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세우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우리 농촌을 살려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식품안전망을 세워가길 바란다.

그럼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당장 무엇을 할까?

지금까지 나는 내 손으로 땀 흘려 키워본 적 없이 다른 사람의 수고로 먹고 살았다. 그래서 먹거리는 언제든지 내가 원하면 슈퍼에 가서 사면 되는 줄 알고 있다. 이런 환상을 깨야겠다. 당장 아이와 함께 상추 한 잎, 고추 한 개 직접 가꾸어 먹으면서 먹거리가 어떻게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지에 대한 감수성도 키우고, 우리 땅에서 나는 먹거리의 소중함과 우리 농촌의 소중함을 배우며, 여성과 아이, 우리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작은 씨앗을 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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