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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면서 하나인 비극적 사랑의 대서사시

가고일 앤드루 데이비드슨 / 민음사

  • 웹출고시간2008.10.14 20:19:0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출간 즉시 미국, 캐나다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앤드루 데이비드슨 작가의 장편소설 ‘가고일’이 출간됐다.

‘가고일’은 지루할 새가 없는 사랑의 대서사시이다. 시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넘나들며 인종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들. 그 한가운데 바로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마리안네 엥겔이란 여자의 둘이자 하나인 사랑이 존재한다.

이 책은 700년 전 격렬하게 타올랐다 지옥의 화염에 삼켜진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여기서 ‘가고일’은 고딕 성당의 외벽을 장식하는 괴물 형태의 물받이 조각상을 의미한다. 가고일의 외형은 말 그대로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 같은 모습이다.

책 속에서 한 매혹적인 배우가 술과 마약에 취한 채 자동차 사고에 휘말린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온 몸에 화상을 입고 끔찍하게 변해 버린 그에겐 자살이라는 최후의 희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그 앞에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700년 전 그와 그녀가 함께 나눈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700년 전 불화살에 맞은 용병을 치료해준 건 마리안네였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들은 잔인한 사람들에 의해 영원히 헤어져야 했다. 마리안네가 쏜 화살이 남자의 심장에 박히면서 그들은 죽음으로써 이별을 했다. 그 후 700년이 흘렀다. 심한 화상을 입은 남자에게 어느날 마리안네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끔찍한 외형을 갖게 된 이 남자를 마음껏 사랑하다 어느 시간에 이르러 그의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마리안네와 용병 혹은 마리안네와 화상입은 남자의 사랑은 둘이면서 하나인 사랑이다. 용병이자 화상입은 남자는 자신들의 과거 혹은 미래의 시간을 잃었기에 그들을 통해 보면 두 개의 사랑이야기지만 700년이란 시간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마리안네란 여자를 통해 보면 이것은 하나의 사랑이야기이다.

마리안네는 자신이 알고 있는 4가지 사랑이야기를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이야기보따리 풀듯 하나 하나 남자에게 꺼내놓는다. 흑사병에 걸린 아내를 간호하다 자살로 뒤를 따른 대장장이 남편의 사랑이야기,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우에 목숨을 잃은 남편을 평생 기다리는 아내의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남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비구니가 되어 결국은 생매장당한 일본 여인의 사랑이야기, 가정있는 남자를 사랑해 결국 그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불타 죽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이 소설에서 가장 있을 법한 사랑이야기 하나가 바로 화상입은 남자를 돌봐주던 물리치료사 사유리와 정신과 의사 그레고르의 사랑이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어찌 그것을 표현할지 고민하고 설레이면서 만남을 갖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되는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사랑.

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없었다면 소설에 나오는 사랑이야기들은 그저 판타지적 혹은 전설적 사랑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사유리와 그레고르의 사랑이 곁들여짐으로써 이 소설은 현실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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