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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씨가 말랐다…유동성 위기 심각

"하루짜리 말고는 단기차입도 어려워"

  • 웹출고시간2008.09.26 09:42: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미국 발 신용경색이 확산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달러 조달이 막히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가 달러를 공급해도 국제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 한 매우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달러의 씨가 말랐다. 하루짜리 외화 자금 말고는 달러 차입이 어렵다.” 25일 시중은행 한 자금담당 직원의 말이다.

미국 발 신용경색이 확산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달러 조달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중장기 외화채권 발행이 어렵기는 했지만 1년 미만의 단기 차입은 가능했었다. 그러나 최근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발 신용경색이 확산되면서, 1개월 기한의 단기 차입도 막혔다. 심지어 1주일 2주일 기한의 달러 차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마치 10년 전 외환위기 때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시중은행 관계자의 얘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자금난을 견디다 못한 은행들은 결국 외화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더 나아가 수출환어음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수출 기업들이 통상 수출환어음 매입을 요청하면 은행들은 수수료를 받고 수출대금을 미리 내주었는데, 달러가 부족해 그 규모를 축소하니 해당 기업들은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외화자금 시장은 며칠째 패닉상태이다. 선물 환율에서 현재의 환율을 뺀 스왑 포인트가 25일 1개월짜리를 기준으로 -5.5원 이였다. 선물환율은 미래의 환율이니까 통상적으로 현재의 환율보다는 높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선물환율보다 현물환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것이 마이너스로 나오는 것이다. 이는 바로 현 시점에서 일단 달러를 빌려서 미래에 갚겠다는 쪽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에 달러가 없으니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23일 스왑 포인트가 마이너스 10원까지 떨어졌으나 정부의 개입으로 그나마 좋아진 것이 이 정도이다.

국내은행의 달러 조달은 막히고, 외화자금 시장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니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 25일 원 달러 환율의 종가는 하루 전보다 3원 70전 오른 1158원 20전을 기록했다. 나흘 연속 올랐으며, 장중에는 1167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데다 외화자금 시장의 불안이 지속돼 달러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이 오른 것이다.

그나마 외환당국이 달러 조달시장인 외화자금시장에 개입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고 더 나아가 달러를 직접 사고파는 외환시장에도 달러를 풀어 1160원대 진입을 막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경부와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의 활용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가 외화자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은 현 시점에서 달러를 빌려 준 뒤 미래의 특정시점에 이를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축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그 물량을 무한정 확대할 수는 없다. 필요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도 개입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유동성 공급도 단지 시장의 숨통을 틔운다는 제한적인 의미만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으로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중은행 관계자의 얘기이다.

관건은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언제 풀리느냐이다. 미국의 신용경색을 알려주는 지표로서 미국 국채와 리보 금리의 차이인 TED 스프레드가 25일 3%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등급이 AA 수준인 미국 은행들에게도 대출조건이 매우 까다로운데, BBB 수준인 국내 은행들에게 달러를 빌려줄리 만무한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의 의견을 모아 다음 주 한국은행에 외화 유동성을 늘려달라는 건의를 할 예정이지만, 유동성을 늘려도 국제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 한 매우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노컷뉴스(http://www.cbs.co.kr/no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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