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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華僑)의 역사는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종 19년(1882년), 임오군란이 발생하자 청나라는 조선 돕기에 나서 군사 3천여명을 파견했다. 이 때 화상(華商) 40 명이 군인을 따라 조선 땅을 밟았다. 그때부터 화교는 조선에 눌러 앉았다.

1884년 서울에는 350명의 화교가, 인천에는 235명의 화교가 살았다.

화교가 서울, 인천에 집중된 것은 조선의 수도권인데다 산동반도와 인천이 서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바라보는 지리적 이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과장된 이야기지만 맑은 날에는 산동반도 칭따오(靑島)에서 우는 닭 울음소리를 인천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한다. 1894년 11월에는 조선과 청나라 간에 청상보호규칙(淸商保護規則)이 정해질 정도로 화교를 통한 상거래가 활발했다.

대개 산동성 출신인 화교는 인천 일대에서 음식점 등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하였으나 6.25 전쟁으로 상당한 재산을 상실하였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 당시에는 외환거래규제법 등을 통해 화교의 상거래를 제한했다. 1967년에는 외국인 토지소유권 제한조치가 발동됐다. 화교의 영업장은 50평이하로 제한했고 일반 토지는 200평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했다.

이로 인해 70∼80년대는 많은 화교들이 한국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미국 등지로 새 삶의 둥지를 찾아갔다. 1998년 7월, 외국인 토지 소유제한이 해제되기까지 화교의 숫자는 자꾸 줄었다. 현재 화교는 2만1천 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충북에도 한 때 수백명의 화교가 거주했는데 대개 ‘중국집’으로 일컬어지는 음식점을 경영했다. 청주에는 태동관, 원래관, 극동반점, 아리산 등 유명한 중국 음식점이 있었는데 거의가 문을 닫고 경화반점, 당조, 극동반점 등은 오늘날까지 대를 이어가며 영업을 하고 있다.

자장면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아련하다. 보은에서는 쌍합관(雙合館)이라는 중국집이 있었는데 그 앞을 지나가기만 하면 청요리 냄새가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작용을 일으키게 했다. 초등학교 졸업 때, 처음 먹어 본 자장면 맛은 아직도 유년의 기억 속에 살아있다. 자장면은 은밀한 유혹이었고 중국집은 남녀 교제의 피난처였다.

당시 전화로 자장면을 시켜먹는 사람들은 부르주아 층으로 인식되며 부러움을 샀다.

중국집 배달원은 자장면 우동 그릇을 몇개씩이나 한 손에 포개어 받쳐 들고 자전거로 이를 배달했는데 국물하나 엎질러지지 않았다.

충북도의 차이나 월드 조성사업은 무려 330만㎡에 1조8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거대한 계획이다. 충북도는 지난 2월 서울에서 국내외 민간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설명회를 열었고 지난 6월에는 중국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콜로키움(토론회)을 가졌다. 워낙 방대한 사업이라 그런지 8월 공모 마감까지 접수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제천시와 청원군이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으나 공모에는 응하지 않았다. 민자유치로 조성되는 이 사업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투자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최근에는 청원군이 차이나 월드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거리가 자꾸 좁혀지는 국제화 시대에 차이나 월드 조성 사업은 지역경제를 견인할만한 아이템이다. 이 안에 중국을 주제로 한 숙박, 체육, 교육, 문화, 유흥시설을 갖춘다는 것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게 돼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인들에게는 차이나 월드가 필수 관광코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걱정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규모와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1조8천억 원을 마련하기도 어렵겠지만 차이나월드가 조성된 이후, 그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차이나 월드 안에는 한국인도 살고 중국인도 살게 될 것이다. 영화촬영 세트처럼 조성하는 것은 죽은 도시다.

차이나 월드는 가히 신도시 개념인데 과연 그곳에 입주할만한 인구가 창출된다고 보는가. 자칫 잘못하다간 차이나 월드 관리비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건축물과 더불어 도로, 상하수도, 전기, 난방 등 사회간접자본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리는 없지만 손익계산서를 면밀히 분석한 후 사업에 착수했으면 한다.

전국적으로 보면 차이나 월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지자체가 충북뿐만이 아니라 전남 무안, 경기 고양, 인천 중구, 부산 동구, 제주도 등 여러 지자체에 달한다. 이들과의 협력과 경쟁 또한 불가피해진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시작할 것이 아니라 조금 작은 규모인 ‘차이나 타운’으로 시작하여 외연과 자생력을 넓힌 다음 ‘차이나 월드’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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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