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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성장과 생존의 등치…그것은 인생

  • 웹출고시간2008.09.16 19:22:3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모두다예쁜말들

코맥매카시| 김시현 역| 민음사| 2008.08.22 | 416p, 1만3천원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코맥 매카시가 성장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출간했다.

이 책은 ‘국경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대중소설이라 치부했던 미국 특유의 서부 장르 소설에 문학성을 부여해 이전 서부 장르 소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소설이다.

매카시는 이와 함께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을 발표해 미국 서부와 멕시코의 접경지대를 배경으로 한 ‘국경 3부작’을 완성했다.

이 책은 서부 장르 소설의 기본 줄거리를 따르면서도 작가 특유의 시적인 산문과 리듬, 강렬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끊임없이 이야기 속에 빠져 들게 만든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과 비극이 눈앞에 드러나며 지울 수 없는 참담함을 경험한다.

책장을 넘기면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소년 존 그래디는 목장을 팔려고 하는 어머니와 갈등을 겪다 친구와 함께 말을 몰아 집을 떠난다. 멕시코의 국경을 넘은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찾은 듯하지만, 여행 도중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 다시 휘말리며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들이 겪게 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은 그들의 선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나는 것들이며, 바로 여기에 ‘잔혹함’이라는 인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

주인공 존 그래디가 예기치 못했던, 의도치 않았던 비극이 마치 준비되어 있던 운명처럼 그를 덮쳐 오고, 그는 그중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운명에 작용하는 ‘사회의 무지함’과 ‘정의롭지 못한 힘’이 그 어떤 운명보다도 강력하다는 비극은 우리 가슴에 묵직한 슬픔을 내려놓는다. 그러한 잔혹함 속에서 살아남은 존 그래디는 떠날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쓸쓸히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버지와 유모마저 세상을 뜬 후다.

이 책은 말과 총격전, 운명적 사랑 등이 등장하는 전통적인 서부 장르 소설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질감을 덧입힘으로써 전통성에서 살짝 벗어난 독특한 소설이다.

또한 한 소년의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거친 서부와 멕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결국 소년은 그 속에서 살아남는다. 성장과 생존이 등치하는 공간에서 존 그래디는 '인생'의 의미를 배워나간다.

말과 총격전, 운명적 사랑 등 전통적 서부 장르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그 형식의 전형은 빗겨간 작품이다.


/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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