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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 - 박명애(충청북도중앙도서관 주부독서회)

  • 웹출고시간2008.09.09 19:19:5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당신의 손

/ 한상숙 / 동천사

그리운 풍경

엄마의 뜰에는 늘 꽃이 핀다. 싹 트고 꽃피는 일 자연의 섭리련만 엄마는 늘 꽃을 볼 때마다 신통하다고 고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그럴 때면 가끔 콧날이 시큰해진다. 어린 날 우리 키가 자라고 발이 자랄 때마다 엄마는 그렇게 신통해하시고 대견해하셨다. 최루탄 냄새를 풍기며 자정을 넘어 들어온 딸에게 행여 아버지의 꾸중이 미칠까 먼저 등짝을 후려갈기던 그 아픈 손. 물기 마를 틈새 없었던 손 길 덕에 그런대로 바르게 자라 부족하나마 제몫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라는 말에는 늘 아릿한 풍경들이 함께 한다.

<당신의 손>은 주인공 은이의 성장소설이지만 한편으론 엄마들의 잊혀진 세월이기도 하고 담배연기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아버지들의 고단한 삶이기도 하며 기쁨과 고통을 함께 보듬고 살아온 우리들의 그리운 풍경이기도 하다.

교육자였지만 가난한 집안 장남이었던 아버지였기에 월급을 고스란히 본가로 보내야 했던 곤궁한 시절. 방 한 칸짜리 사택에서 오글거리던 삶이지만 따뜻하고 평화로웠던 가정에 장애를 가진 동생 은남이가 태어나며 위기가 닥치는 듯하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은이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성숙한 내면을 가진 아이로 성장한다.

인정에 매여 잠시 다른 여자에 마음을 두는 아버지로 인해 사랑과 신뢰가 흔들릴 때, 꽃무늬 치마를 새로 마련해 입고 얼굴을 매만지며 들길 한 점으로 멀어지던 엄마의 뒷모습은 너무 아프다. 은남이 수술을 위해 돼지를 키우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모은 돈을 통장 째 시동생에게 넘겨주고 속울음을 삼키며 눈물을 훔치던 엄마는 개구리눈알처럼 툭 튀어나온 손마디. 못이 박혀 옹이가 된 투박한 손바닥으로 여전히 나무를 하고 돼지우리를 쳐내고 얼음 구멍을 뚫고 빨래를 하며 절망 속에서 일어선다. 고단한 삶이지만 소설속의 엄마는 참 당당하고 따뜻하다. 그런 엄마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성품은 가족 모두를 끌어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뒤에 따라온 이야기의 반전은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삶이란 아름답지만은 않다. 곤궁하고 비참하고 때론 설명할 수 없는 모순으로 우리들을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서로의 마음속에 세 들어 살았던 가족의 역사는 사는 게 등이 시린 듯 아플 때 마다 그리운 풍경으로 살아나며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신(新)지식의 최전선

황희경 / 한길사

세계 지성과의 만남

제목 그대로 새롭게 부상한 문제의식과 사회의 담론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풀어낸 책이다. 묵직한 느낌이 들지만 읽는 즐거움과 어렴풋이 알고 있던 담론들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본 교양들을 선물해준다고나 할까?

「1권. 인문학의 가로지르기」에는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과 인간의 상징체계를 규정하는 문화의 다층적 코드, 신화 속에 담긴 인류학의 문화, 신화의 교차문화적 연구로부터 젠더의 정체성의 비판과 종교학의 새로운 담론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흥미롭다. 「2권. 문화와 예술, 경계는 없다」는 우리 생활현장에서 새롭게 해석되는 기술과 과학의 문화적 의미를 재구성하고 디지털 문화를 살펴보며 21세기에 대해 다양한 질문들을 던져준다. 「3권. 사회 공동체, 열린 세계를 향하여」는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담론들을 다루며 복지사회와 공동체사회를 지향해야 하는 인간의 의무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안겨주며, 「4권. 나노에서 우주까지, 과학이 만드는 길」에 담긴 생명과학에 대한 미래의 꿈은 인간의 육신적 한계를 뛰어넘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신(新)지식의 최전선>은 인문학 뿐 아니라 이과의 학문을 모두 아우르며 독자들에게 세상의 변화들을 읽어내고 논쟁에 뛰어들게 만든다. 그리고 그 논쟁가운데 미래 새로운 사상의 잉태를 제시한다.

소주제마다 10쪽 이내의 짧은 분량으로 지루하지 않고 어휘도 비교적 쉬운 용어로 풀어내 술술 읽히는 편이다. 인문, 문화, 사회, 과학 다양한 분야의 연구현장에서 교수로 평론가로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의 이야기를 간결하게 전달하면서도 핵심을 짚어주며 이해를 돕는 글의 구성이 거리감을 없애준다. 21세기 새롭게 던져지는 질문과 비판을 통해 평소 관심이 적었던 분야까지 아우르다보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조금은 넓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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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달인, 김문식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장

[충북일보] "남 돕는 일이 좋아 시작했는데 벌써 봉사시간만 1만 시간이 넘었네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전국협의회 김문식(63·사진) 회장은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말보단 행동으로 옮기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컸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5일 대한적십자사봉사회 19대 전국협의회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은 '봉사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00년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남들봉사회원을 시작으로 23년간 재난 및 취약계층 구호, 이산가족 지원, 위기가정 구호 등의 분야에서 약 1만10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간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충북도지사 표창, 적십자 봉사원 대장,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고 대한적십자사 충북협의회 회장, 전국협의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김 회장이 봉사활동을 수십년간 이어온 계기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김 회장은 "시계방을 운영하며 열심히 일하시던 아버지의 뒷모습과 남을 돕고 사는 선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며 자랐다"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낮에는 금은방을 운영하며 밤과 주말에는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