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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8.14 22:29: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2008년 8월 14일 베이징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이 펼쳐진 올림픽 그린 양궁장

마지막 시위를 놓은 박성현(24)이 그대로 몸을 돌려 문형철 감독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장 주앙주앙(27)의 마지막 화살을 보려하지 않았다. 문형철 감독 역시 박성현을 안은채 끝없이 다독이며 올림픽을 위해 땀을 흘려온 지난 시간을 함께 위로했다.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한국여자의 신화가 중단된 그날. 고개를 떨굴 필요가 없는 '그들'은 덤덤하면서도 슬프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시상식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성현은 "은메달도 값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금메달은 더욱 값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며 "다음 올림픽에 출전할 후배들은 부담을 좀 덜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은메달리스트 박성현과 동메달리스트 윤옥희는 도핑테스트를 위해 문을 나섰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 주앙주앙을 보기 위해 몰려든 중국인 자원봉사단. 장 주앙주앙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치는 자원봉사단을 헤치고 그들은 혼란을 빠져나갔다.

여자양궁대표팀의 문형철 감독은 한국 기자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가졌다. 문감독은 "이번 경기로 중국 양궁이 한국 양궁을 능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기대해 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감독의 뒤로 얼굴이 벌개진 한국 양궁 관계자가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췄다. "중국인들 소리지르고, 호각불고, 페트병 두드리고, 그런걸 이야기해요. 선수들이 시위 겨누다가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고. 어떻게 그런일이 있을수 있나"

흥분한 관계자를 향해 문감독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신궁' 김수녕 해설위원이 다가왔다. 문감독을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던 김수녕 해설위원은 "성현이가 그런 부담감을 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미안해서 이를 어쩌냐"며 울었다. 박성현은 "6연패를 이어오신 선배들에게 죄송스럽다"며 경기 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전해 들은 김해설위원이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것.

갑상선암을 투병중이면서도 묵묵히 여자대표팀을 이끌어온 문감독은 김수녕해설위원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덤덤해보이던 문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잠겼다. 모든 한국양궁인이 목놓아 운 14일이었다.


기사제공:노컷뉴스(http://www.cbs.co.kr/no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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