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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훈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최근 경기가 아주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동차 홀짝제를 시행하고, 냉방온도를 높이고, 씀씀이를 줄이고, 가장 싼 주유소를 찾고, 서민들은 어떡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다양하고 기발한 절약 아이디어들이 인터넷상에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근면 절약하여 손해 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만은 이러한 아끼고 절약하는 검소한 사회의 이면에는 더욱 어두워지는 이웃이 있다. 바로 기초생활수급자이다. 소득원이 없는 소년소녀가정세대, 조손가정세대, 장애세대, 한부모세대 등의 가정은 정부의 지원금과 다양한 루트로 연결된 후원금으로 생활하는 이들은 일반 서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두 배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에서는 충북도내 4천여명의 불우이웃들에게 결연후원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불우이웃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업무가 그들을 돕고 있는 후원자들에게 후원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불우이웃을 돕던 후원자들이 이사를 가서 후원금 지로영수증이 반송되고, 예금 잔고 부족으로 후원이 중단되고, 핸드폰번호가 변경돼 연락이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인해 후원금이 제대로 불우한 아동들에게 지원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연락이 두절된 후원자들에게는 아동과의 결연후원이 중단된 사항을 알려드리며 후원의 지속여부에 대해 문의를 드리는데 지난해에는 후원자 10명중 4~5명은 후원이 중단된지 몰랐다며 다시 아동들에게 후원금을 지원했지만 나머지 5~6명은 끝내 연락이 되지 않거나, 후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경기가 급속도로 어려워진 최근에는 10명 중 2~3명만이 후원을 계속 유지하고 그 이외에는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유로 후원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후원자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후원이 중단되는 경우에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몇 만원이 없어 생활이 안되지는 않을까 하겠지만, 후원금을 지원받고 있는 가정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실례로 월 6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는 조손가정(할머니와 손자)의 경우 집세 10여만원, 생활비 15만원 정도, 식료품 구입비 15만원 가량, 교육 및 의료비 10만여원 등으로 지출하면 정말 빚 안지고 빠듯하게 생활하는 것이 신기하다.

저축이나 미래에 대한 투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후원자가 연결돼 정기적으로 단돈 만원이라도 지원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동을 양육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대부분이 후원금을 공돈으로 여겨 함부로 쓰시는 분이 없다. 아이들이 목매여 외치는 치킨이나 피자도 한 달에 한번 사 주실 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결정하신다.

대부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 소중한 후원금으로 빠듯한 생활에 보탬이 되거나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교재비, 학습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금통장으로 소액이라도 입금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폭등하는 대학교 등록금을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가 커서 대학교에 갈 나이에 등록금이 없어 대학교를 포기해야 하는 불행한 현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허리가 쑤셔도, 다리가 저려도 약값을 아껴 눈물겹게 적금을 넣기도 한다.

작년 말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동의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충주, 제천, 단양, 진천의 소년소녀가정세대를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가정 아동들이 후원을 받기 시작한 다음날로부터 적금통장에 꼬박꼬박 입금하여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만기를 채운 통장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정부보조금과 후원금이 중단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어렵게 살아온 우리 대상가정 아동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실이다.

최근 몇 달 전부터 후원금이 중단돼 생활이 어렵다는 눈물 섞인 할머니들의 전화를 종종 받고 후원자를 수소문해 전화를 드리면 후원을 중단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담당사회복지사가 제 3자의 입장에서 후원자님의 이런 사정을 할머니에게 전해드리면 힘없는 목소리로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그 순간부터 대상가정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지금까지 도와주신 후원자에게 감사해 하면서도 당장 이번 달부터 생계비의 어느 부분을 줄여야 할 지, 적금을 해지하여야 할 지……. 책상에서 공부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민으로 잠 못 드는 긴긴 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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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