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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기부문화

'위에서 아래로' 사회지도층의 나눔… 충북을 더욱 따뜻하게
1억원 기부 '아너소아이너티' 32명으로 급증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기업사회공헌 31억원

  • 웹출고시간2016.02.18 18:07:16
  • 최종수정2016.02.18 18:07:16
[충북일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 고위층 인사에서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용어다. 프랑스어로 '귀족, 영예'를 뜻하는 노블레스(noblesse)와 '의무'를 뜻하는 오블리주(oblige)가 더해져 만들어졌다.

초기 로마시대 왕과 귀족들은 정치와 경제, 전쟁 등에서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을 실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근간이 됐다. 유럽인들은 오랜 세월 사회 지도층 의무를 강조하며 민주주의 사회질서의 토대를 만들어왔다.

현대사회 들어 이 용어는 기업인들의 기부 문화를 대변하는 말로 자리매김했다. 자본주의 시대를 맞아 권력과 명성 못지않게 부(富)의 재분배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의 학자 클레어 가우디아니(Claire Gaudiani)는 2010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자본주의에서는 개인자산을 극대화하면서 치열한 경쟁과 승자 독식이 나타난다. 그러나 소득수준의 불평등이 확대되면 민주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 기부는 자유 시장과 자본주의의 조절장치 역할을 수행, 자본주의가 과열되거나 타버리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다"며 자본주의사회에서의 기업인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구 사회에서는 자본주의 공동체를 이끌어갈 힘, 다시 말해 '지혜 자본'이라고도 불리며 그 역할과 비중이 점점 커져가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급속도로 산업화를 이루다보니 '분배' 보다는 '성장' 위주의 기업 문화가 형성돼온 까닭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기부는 반강제적으로 이뤄진 '준조세' 성격을 띠거나 위법·탈법행위에 대한 사회 수단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재벌들의 기부도 상당수 정치적 의도를 띠며 순수한 기부 의무를 퇴색시켰다.

이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 결여로 '위에서 아래로'의 기부 문화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국내 최대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7년 12월부터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을 설립하게 된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로 사회공동체가 당면하게 될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사회 고유의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취지에서다. 당시 35% 수준에 머물던 개인(기업인 포함) 기부비율은 미국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다.

그래서 탄생된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내 기부를 약정한 고액 기부자의 모임이다. 유닉스코리아 남한봉 회장의 가입을 시작으로 2016년 1월 현재 1천65명이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옥순 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이명식 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충북아너소사이어티 18호), 성낙전 (주)홍익기술단 대표이사(7호), 김경배 한국종합건설 대표이사(3호).

충북의 경우는 다소 출발이 늦었다. 다른 시·도보다 한참 늦은 2010년 10월이 돼서야 첫 회원이 나왔다. 이후 2011년 1명, 2012년 3명 등으로 더딘 속도를 보이다가 2013년 8명, 2014년 9명, 2015년 8명으로 급증세로 접어들었다. 올해에도 2명이 가입, 총 32명의 회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직종별로는 기업인이 22명(68.8%)으로 가장 많다. 유봉기 삼보종합건설 대표, 한국종합건설 김경배 대표, 김상면 자회전자 대표, 김원용 세미텍 대표을 시작으로 오선교 선엔지니어링 회장, 이태희 진주산업 회장, 윤영석 다우건설 회장 등이 차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정치인 중에선 박해수 충주시의원이 2014년 10월 의정비 전액(4년 간 2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 박 의원의 기부 약정액은 도내 아너소아이어티 회원 중 최대 액수다. 전국적으로는 익명(개인) 29억원, 최신원 SKC회장 28억원, 정몽준 전 국회의원 20억원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 지도층들의 기부 문화 확산과 함께 도내 기업들의 나눔 역시 최근 들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된 기업사회공헌 모금액은 40억2천356만원으로 2011년의 10억3천749만원 보다 29억8천607만원(287%)이나 늘었다. 2012년에는 15억6천482만원, 2013년에는 16억3천619만원, 2014년에는 20억5천164만원이 각각 걷혔다.
특히 2015년 모금액이 늘어난 데는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 전체 모금액의 77.6%를 차지하는 31억2천606만원이나 내놨다. 지난해 사상 최대치의 영업 실적을 기록한 것도 통 큰 기부의 배경이 됐지만, 직원들이 스스로 월급에서 기부금을 내는 '직장인나눔캠페인'이 새로운 기부문화를 선도했다는 평이다.

SK하이닉스는 임직원 급여에서 약정금액을 공제, 연간 기부금을 적립한 뒤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사측에서 추가로 내는 형식으로 캠페인으로 전개해 10억1천500만원을 모았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쌍벽을 이루며 충북 경제를 이끌고 있는 LG계열사들의 충북지역 기부금은 한참 뒤쳐졌다. LG화학이 4천100만원을 충북공동모금회에 기부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는 LG그룹 전체의 기부 문화가 SK하이닉스와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LG, 현대, 삼성 같은 대기업은 본사 차원에서 매년 수십억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에 기탁한 뒤 지역별로 배분하는 기부 문화를 띠고 있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중앙회를 통해 50억원의 기부금을 분배받았다.

LG화학 오창공장의 경우엔 오창지역 사회복지시설 등과 어린이재단 같은 다른 모금기관에 기부하는 사례도 많은 편이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확실한 건 충북 기업들의 기부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과 기업인들이 차츰차츰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발은 다소 더뎠으나 충청도 특유의 뒷심을 발휘, 기업 나눔 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사회지도층이 있는 한 충북의 공동체는 더욱 따뜻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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