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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7.15 21:10:0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요즘 들어 건축물이 매우 아름다워졌다. 건축비에 대한 일정비율의 금액을 회화, 조각, 공예작품 등으로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 같은 제도는 새 밀레니엄을 맞으면서부터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무미건조하던 도시의 건축물은 이 법의 시행에 따라 생명력을 얻으면서 도심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연면적 1만㎡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는 반드시 이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미술품 구입비용을 건축비의 1%로 정하고 권장하였기 때문에 이 법을 통상 ‘1%법’이라고 하였다. 근래 들어선 자치단체에 따라 적용하는 비율이 다르다. 즉 일정 범위를 설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자치단체 별로 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0.2%, 병원 판매시설 숙박업소 등은 0.7%를 미술품 구입비율로 정하고 있다. 법규의 시행은 종래 권장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바뀌었다. 개발지상주의가 판치던 시절에는 미술품 배치가 건축주로부터 외면을 받았으나 이제는 으레 배치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미술품 구입은 전적으로 건축주의 의사에 달려있다. 공모를 하던, 수의계약을 하던 그것은 건축주의 고유권한이다. 건축주는 미술품을 구입하여 관할 지자체 ‘장식물 심의위원회’에 제출한다. 심의위는 예술성 값 건축물과의 조화 등을 따져 이를 통과시키는데,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때는 재심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런 공공미술품 구입은 주로 화랑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건축주가 미술품 구입을 화랑에 의뢰하면 화랑측은 1개 아이템 당 4개 작품을 기안하여 복수 추천하고 건축주는 이중 한 작품을 골라 심의위에 제출하는 형식을 취한다. 미술품에 대한 전문성을 화랑에 맡겨두는 것이다. 이 때 화랑측은 통상 미술품 구입가의 30%정도를 마진비율로 삼는다. 언뜻 생각하면 화랑과의 거래에서 마진이 아까울 수도 있다.

그러나 미술품은 작가에 따라, 작품성에 따라 큰 편차가 있으므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화랑에 의뢰하는 것이 편리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미술품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건축주라면 직접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건축주는 이 부분을 화랑에 맡겨둔다.

청주의 경우 화랑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미술품 선정은 대개 개인적인 로비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건축주가 한 작가의 작품을 5천 만 원에 선정하였다고 하면 다른 작가가 2~3천 만 원을 제시하며 접근할 경우 건축주는 상당히 헛갈린다. 표면적으로 공공미술품에 대한 청주의 미술시장은 조용한 것 같지만 물밑에서는 혈전이 벌어지기 예사다. 이런 현상은 청주의 화랑을 육성하지 않은 작가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작가와 화랑은 개미와 진딧물 같은 공생관계에 있다. 화랑 측의 마진이 아까워 직접 미술시장에 뛰어든다면 작가는 힘을 낭비하게 되고 결국은 전시의 보금자리를 황폐화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청주에서는 화랑전인 아트페어에 작가가 직접 나서고 있다. 통상 아트 페어는 화랑 전 형태를 취해야 하는데 화랑이 취약하다 보니 고객과 작가가 직거래를 하고 만다.

최근 청주지법·청주지검의 산남동 신청사 이전과 더불어 있은 미술품 구입에서 청주예총과 청주민예총이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청주민예총은 미술품 구입에 있어 청주예총과 청주미술협회에 대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거래”라고 공박하는 반면 청주예총과 청주미술협회는 “두 청사의 미술품 매입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였다. 한편 청주지법과 청주지검은 “공공성 확보에 한 점의 의혹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당사자들 간에 소통의 장이 막혔을 뿐이다. 법을 다루는 두 기관에서 검증절차나 관련 법규를 무시할리가 없다. 구입 미술품에 대해 자체적인 검증을 거쳤고 5천만 원이 넘는 외부조형물은 공고를 냈다. 다만 이 지역 예술단체의 양대 축인 예총과 민예총을 고루 아우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주예총도 미술품 구입을 둘러싸고 전방위적 로비를 벌이지 않았다.

물적 심리적 박탈감과 함께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민예총의 입장에도 이해가 간다. 일찌감치 미술품 거래에 관한 공통분모와 소통의 장을 청주예총과 청주민예총이 마련했어야 했다. 앞으로 공공기관에서 두 단체의 이런 대립을 우려하여 지역작가를 배제한다면 꿩도 매도 놓치게 된다. 우리고장의 미술품 거래도 서울처럼 화랑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화랑의 육성은 바로 지역작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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