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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머리에 ‘향토’라는 말이 들어가기만 하면 왠지 모르게 촌스럽게 느껴진다. ‘향토작가’ ‘향토문화’ ‘향토 사학자‘하면 서울을 중심무대로 하는 중앙작가나 서울문화, 대학에 몸담고 있는 전공 사학자보다 훨씬 못하게 평가되기 일쑤다.

’향토‘라는 단어 속에는 고향을 지킨다는 사명감, 애착심, 등의 내재되어 자긍심으로 표출돼야 마땅한데 그런 감정보다는 중앙보다 한 등급 낮은 저급의 문화로 인식되는 예가 더 많다.

지방 분권화가 가속화 되는 시기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향토’에 대한 일반인들의 체감 적 평가는 야박하기만 하다. 지방화 시대라는 말도 잘못된 표현이다.

지방이란 중앙에 대응하는 말로 종속적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지방화’라는 말 대신 ‘지역화’라는 말을 쓰는 게 합당하다. 서울과 지방은 종속적 관계에서 조망될 것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반대로 지역에서 보면 서울이 중앙이라기보다 ‘서울지역’에 불과하다. 지방과 지역은 그게 그거인 것 같아도 말뜻을 곰 새겨 보면 엄청나게 다르다.

중앙-지방은 수직적인 관계설정에서 나온 말이고 서울지역-청주지역은 수평적 관점에서 나온 말이다. 앞으로는 ‘지방’이라는 말 대신 ‘지역’이란 말을 써야 지역 분권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처럼 종속적인 관계가 등장한 것은 우리의 뇌리 속에 중앙 우월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서울은 임금이 사는 곳이라 해서 지방에서는 북향사배(北向四拜)를 하였다. 그 찌꺼기가 지금까지 내려와 청주에서 서울을 간다고 하면 상경(上京)이라고 하고 서울에서 청주를 간다고 하면 하청(下淸)이란 말을 쓰고 있다. 민주화 시대에 서울과 청주가 왜 상하 관계로 설정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이란 대중가요 노랫말이 있듯 기찻길에도 서울로 가는 선은 상행선, 지방으로 가는 선은 하행선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른다. 미국의 기찻길은 남행선(south lane), 북행선(north lane)이라고 부른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라고 부른 노래는 지역분권 시대에 적절한 표현이다.

작가에 있어 중앙작가, 향토작가라고 부르는 것은 아주 잘못된 표현이다. 이를 분류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서울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면 무조건 향토작가인가. 운보 김기창 화백은 청원군 형동리에 거주하다 돌아가시었다. 그렇다면 운보가 향토작가인가. 아니다. 다만 향토에 거주하고 있을 뿐이다.

시집 ‘접시꽃 당신’의 작가인 도종환 씨는 현재 회인에 거주하고 있고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 씨는 섬진강 강가에 살고 있다. 이들도 향토작가인가. 그들은 향토에 거주하고 있을 뿐이지 지명도나 작품세계는 중앙작가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는다. 굳이 분류하자면 ‘향토 거주작가’이지 ‘향토작가’는 아니다. 전국이 1일 생활권 시대에 접어들면서도 중앙작가, 향토작가를 구분한다는 자체부터가 우습다.

유명세를 타지 못하는 지역작가들의 작품집 발간은 참으로 눈물겹다. 책을 발간할 경우, 지명도가 뒤떨어지기 때문에 거의가 자비출판을 해야 한다. 책 한권을 낼 때 작게는 200~300만원, 많게는 400~500만원의 출판 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유명작가는 원고료에다 인세계약까지 하지만 이 반열에 오른 지역 작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다수의 지역작가는 자비출판을 해야 한다.

어렵게 책을 냈어도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그저 서점 책꽂이에 몇 번 선을 보였다가 사라지는 신세다. 20여 년 전, 시내 모 서점에는 ‘향토작가 코너’가 있었는데 판매가 시원치 않자 얼마 안가 그 코너를 접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비출판을 하고도 판로가 막혀 작품집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사정을 간파하였으면 관계당국에서 조금씩 구매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창작의욕을 북돋아 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하는데 청주시립도서관 등지에서 ‘책 기증해 주세요’라는 공문을 받고 보면 슬며시 부아가 치민다.

어렵게 낸 지역작가 책은 도서관 등지에서 가능한 한 구입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흙 파다 책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피 땀 흘려 책을 펴내고 나면 관에서 조차 기증해 달라니 이래가지고서 어찌 지역작가가 창작의욕이 나겠는가. 솔직히 출판기념회를 하면 책값은 빠지나 특정인이 이를 되풀이 하면 지역사회의 눈총을 산다.

지역작가치고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는 작가는 가뭄에 콩 나기다. 지역문화의 발전은 지역작가를 대우해 주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중앙작가의 책은 구입하고 지역작가의 책은 거저 먹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작가를 푸대접하는 것은 지역문화를 스스로 폄하하는 것과 같다. 문화선진도를 지향하려면 지역작가부터 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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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