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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3.26 18:14:02
  • 최종수정2015.04.16 17:52:48

한효진

청주시 서원구 사직1동주민센터 주무관

매일 같이 똑같은 시간에 같은 운동화와 비슷한 패턴의 셔츠를 입고 주민센터에 출근하면서 언제부턴가 나보다 더 높은 연봉에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나의 친구들이 눈에 들어오며 삶이 무미건조해짐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 손주들의 문화누리카드를 신청하러 오신 한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다.

어르신은 수수한 옷차림에 미소를 환하게 띠며 투박하지만 정직해 보이는 손으로 처음 본 나에게 스스럼없이 악수를 청하셨다. 그 후 소녀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시며 생소한 문화누리카드 제도와 사용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시고는, 손주들에게 학습지를 사 줄 수 있어서 기뻐하셨다.

이내 밀려오는 민원인들을 응대하느라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어르신의 얼굴도 희미해질 무렵 어르신이 새하얀 가래떡을 한 아름 들고 나에게 찾아오셔서는 "저번에는 정말 너무 고마웠어. 덕분에 신기한 카드로 손주들이랑 영화도 보고, 책도 사 봤네. 앞으로도 이런 거 있으면 잘 부탁해." 라고 말씀하시곤 이내 자리를 뜨셨다.

이후 어르신은 가끔 안부 인사를 하러 주민센터에 방문하셔서 옥수수나 고구마를 쪄 오셔서 직원들의 간식거리를 챙겨주시고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본인이 더 기뻐하셨다.

사실 어르신은 장애가 있어 자녀들을 양육하지 못하는 딸을 대신해서 폐지도 줍고, 시니어클럽 일자리에 참여해서 버는 돈으로 손주들을 돌보며 어렵게 생활하고 계신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에게 만족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중국의 유명작가 스티에성은 만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병을 앓으면서 조금씩 삶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고열에 시달리고 나면 열 없는 날이 얼마나 상쾌한지를 알았다. 기침을 많이 하다보면 기침 없는 날이 얼마나 편안한지를 알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욕창이 생겨 며칠을 모로 누워 새우잠을 자면, 비로소 똑바로 누울 수 있음이 얼마나 달콤한 휴식인지를 깨달았다. 요독증이 걸렸을 때는 늘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해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고 건강했던 지난날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러면서 점점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는 것을."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나은 조건의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삶을 한탄하고 이룰 수 없는 꿈만을 좇기에 바쁜 것 같다.

나는 주민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어르신을 통해서 '상향식 비교'가 아닌 '하향식 비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물론 모든 것을 만족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만, 내가 눈을 떠서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현재를 감사히 여기고 나의 직분에 충실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어느덧 불어오는 봄바람이 따스하다. 오늘은 업무를 마치고 주민센터 직원들과 근처 무심천에 나가 치킨과 맥주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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