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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상

청주기상대장

'산에 갈 때는 성냥이나 라이터 등 화기물을 가지고 가지 맙시다'.

이맘때쯤 익숙한 산불예방 홍보문구이다. 산림청의 10년간(2003~2012년) 계절별 산불통계를 보면 산불은 봄철(58%)에 집중되어 발생하는데, 봄철이 되면 왜 산불이 많이 발생할까·

이때가 가장 건조한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산불이 나면 쉽게 끄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력으로 4월 5일이나 6일에 해당하는 우리네 절기인 한식(寒食)이 이맘때 있는 것도 사실은 이러한 기상 특성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개자추(介子推)라는 충신은 문공(文公)이 왕이 되자 모두가 논공행상에 다툼을 벌이는 것을 보고 다투기 싫어 산중에 숨어버렸는데, 문공은 개자추를 찾기 위해 산불을 놓았으나 나오지 못하고 결국 불에 타 죽고 만다. 이후 문공은 개자추를 애도하며 불을 지른 그날은 불 쓰기를 금하여 밥도 미리 지어놓은 찬밥을 먹도록 함으로써 한식(寒食)이 유래했다고 한다. 계절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울 때 불의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한식을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역사를 보면 조선시대 산불 기록 63건을 사계절로 구분하면 봄철(43건, 73%)이 가장 많고, 세종 13년(1428)에는 한식 때 불조심 행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유독 봄철에 산불이 많이 발생한 모양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원인은 자연적인 원인보다는 입산자 실화나 논밭두렁 소각 같은 인위적인 원인이 90% 가량 차지한다. 이와 같은 실화가 산림에 피해를 줄 정도로 발화·연소·확산되기 위해서는 바람, 습도, 기온 등 기상학적 조건이 중요하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사례를 조사해 보면 산불이 발생할 당시의 기상조건과 산불 발생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유독 산불이 잦은 봄철 기상학적 조건은 어떠할까. 계절적으로 봄철은 습도가 가장 낮다. 또한 강수량도 적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풀리듯 기온이 오른다. 산불은 기온이 낮으면 쉽게 번지지 않는다. 또한 봄철은 남고북저형 기압배치에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고온·건조한 바람이 자주 발생한다. 이따금 강한 바람이 불어 대형 산불을 유발한다.

이때 산림 상태도 한몫하는데, 통상 3~4월은 나무에 포함된 수분량이 적어 건조하고, 숲 바닥에 마른 낙엽이 많이 쌓여있는 시기다. 봄철은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로 논밭두렁을 태우다 불을 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봄을 맞아 상춘객, 등산객이 증가하는 시기인데, 입산자 실화는 산불 원인 중 가장 큰 부분(34.5%)을 차지한다. 더불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건조일수가 증가하고 가뭄 등 이상기후는 산불 발생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기상청은 낮은 습도로 인해 산불의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될 때 건조특보를 발표하는데, 최근 10년간(2005~2014년) 청주 지역의 건조특보는 봄철(70%)에 집중됐다. 봄철은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상조건인 것이다. 아무리 애써 가꾼 산림도 산불이 나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말하기엔 그 피해가 너무 크다. 사소한 부주의와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다시금 유념하고, 성숙한 시민의식과 더불어 산불 방지를 위한 관계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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