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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3.14 16:13:41
  • 최종수정2015.03.26 14:34:47

이진희

청주청원경찰서 보안계 경장

1월 어느 날, 청주지역으로 주거지를 배정받아 어색한 인사를 건네는 한 앳된 얼굴의 탈북민이 있다. 가녀린 몸으로 큰 눈을 꿈뻑이며 우리를 바라보는 그 탈북민은 이제 겨우 스무살이 된단다. 스무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왜소한 모습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그녀는 그냥 평범한 작은 소녀였고, 그 해 겨울 꿈 많은 나이 스물에 차디찬 두만강을 건너며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턱에 처음 발을 디뎠던 것이다. 이것이 청주청원경찰서 신변보호관과 한 탈북 소녀의 첫만남이었다.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청주청원경찰서에서는 이 어리고 여린 탈북민을 위해 꼭 필요한 정착지원 및 신변보호 활동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못다이룬 학업에 대한 열망과 한국에 있다고 전해들은 할아버지 가족을 찾고자하는 애처로운 사연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땅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뜻하고자 하는 길로의 방향제시 및 심적 안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청원서 신변보호관은 스무살의 꿈많은 탈북민을 위한 정착 지원 방법을 찾았다.

우선 탈북민 대학 입시 특별 전형 및 관심 학과에 대한 정보 수집, 입시를 위한 기본 소양 및 관련 공부를 돕기 위한 지원 활동을 시작했고, 또한 한국에 생존해 있길 바라왔던 이산가족의 이름과 집주소를 받아들고 가족 찾기를 시작하였다.

대학 입시 정보는 관련 정보 검색과 도움을 줄 지인에 대한 수소문으로 충분했지만 이산가족 찾기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찾고자하는 주소지 지명 및 관할이 여러 번 바뀐 탓에 서울 소재 각 구청을 일일이 방문하여 수소문하였고 긴 수고 끝에 6개월 만에 고모할머니의 생존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에 이산가족 상봉을 즉각적으로 추진하여 지난 12월 만남에 이르기까지 아낌없는 지원활동을 했다.

스무살의 여린 소녀는 고모할머니를 만나 가족의 뿌리가 한국에 있음에 심적으로 매우 의지하게 되었다며 기뻐했고 고모할머니 가족의 많은 도움으로 대학 입시를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다가오는 3월이면 이제 그 소녀는 어엿한 대학교 새내기가 된다. 우리나라의 같은 또래 학생들과 함께 같은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설레고 벅찬다는 말을 전하며 1년만에 그 누구보다 안정적인 한국 정착 수순을 밟아가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다.

이처럼 탈북민의 정착지원 및 신변보호를 맡고 있는 신변보호담당관으로서 경찰관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이런 반가운 정착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이 탈북민의 대학 새내기 생활에 대한 설렘은 다른 맥락에서 보면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똑같은 민족으로서 균등한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 주변에 많은 탈북민들이 비단 성공의 문제가 아닌 큰 걱정 없이 소박하게 살고자하는 안정적 정착만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조금 다른 출발선상에 서있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봐주고 작은 도움이라도 함께한다면 우리보다 한참 뒤 출발선에서 앞날을 걱정하며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탈북민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남이 아닌 한민족으로 탈북민에게 관심을 갖고, 이방인으로 치부하고 배척하기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끌어안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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