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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의사전달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과 방법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아주 먼 옛날 연이나 솟대가 있었고, 봉화와 파발, 그리고, 벽보인 방(榜)을 통하여 다양한 소통을 하였다. 그 중 개인간 1대1의 통신은 주로 편지 즉 서신을 통하여 이루어졌고, 이러한 개인간 통신은 공중성(公衆性)이 없기 때문에 다른 매체들과는 달리 그 비밀이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전기통신이 발전하면서 120년전인 1895년에 한성과 인천 사이에 서로전신선이 최초로 건설되었고, 오늘날에는 전화 뿐만 아니라 라디오와 TV로 대표되는 방송은 신문과 더불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매체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한편, 데이터통신과 팩시밀리통신이 더욱 발전되면서 1982년 서울대학교와 전자통신연구소 사이에 전산망이 연결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이 시작되었고, 인터넷은 지난 30여년간의 발전과정에서 어느덧 신문과 방송에 버금가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은 이메일과 같이 1대1 뿐만 아니라 게시글이나 댓글과 같이 1대 다수의 공중성,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사용하는 글로벌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접근성과 대중성을 갖고 있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그 사회적 영향력과 여론형성력은 실로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콘텐츠는 매우 중요하다. 신문이나 방송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의 좋은 콘텐츠는 개인 사이의 사적인 의사전달 뿐만 아니라 공중의 소통을 더욱 용이하게 해 주고 공동체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다양한 SNS를 통해 가족간 대화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고, 얼굴을 기억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동창들과 수십년 전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다가올 만남을 기약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미담과 선행을 빠르게 전파하기도 하고, 한류는 지구 반대편의 젊은 남녀들을 열광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 콘텐츠가 그 반대의 경우에는 다른 어느 매체 보다도 폐해가 크게 나타나곤 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공인(公人)들이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고, 어린 학생들이 사이버 폭력에 시름하며, 반사회적 또는 반공동체적 게시글이나 댓글은 돌이킬 수 없는 미움을 만들어내고, 악성루머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너무나 크기만 한 것이다. 그 일례로서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더 이상 무한 방임의 무책임한 사이버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널리 인식되지 않았을까.

흔히들 어릴적 동네의 담벽에 낙서를 잘못해서 혼이 나기도 하고, 거짓말이나 음해로 곤욕을 치르곤 한다. 당연히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여 공공연히 타인을 비방하거나 명예훼손을 해서는 안된다. 하물며 뉴미디어인 인터넷에서도 그러한 위법행위는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기존의 그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방법들 보다도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그 특성으로 인하여 사회적 영향력과 여론형성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양날의 칼인 매체인 동시에 공기(公器)인 것이다. 인터넷 도입 초기에는 그 발전양상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소위 '무규제의 원칙'이 있었지만 이제 30년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성년이 되어 가는 인터넷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따뜻한 인터넷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룰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의 기나긴 여정에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비록 사이버 공간이지만 공존과 상생의 인터넷을 만들어야 하며, 우리는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존중과 배려의 미풍양속이 온라인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한 노력들이 쌓여 이 시대적 과제인 국민대통합의 커다란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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