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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환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학창시절에 지금은 성함조차 아련한 선생님의 "거짓말을 하지 마라", "부모님께 효도하라"고 하시던 말씀이 불변의 진리라고 믿었다. 당시의 나는 조금은 고지식한 편에 속하고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내가 공무원이란 길을 선택한 계기는 당시 IMF로 인한 어려운 경제환경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서이기도 했지만 그 길이 오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평생토록 외면해 오신 부모님께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버지께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전했을 때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여라"

짧은 한마디였지만 아직도 그 말씀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잊지 않고 지키려고 하는 약속 중 하나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았거나 위법한 행위를 했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아 결과적으로 위법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말하진 않는다.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양심이라는 절대적인 척도이지 인간이 인간을 규율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이라는 상대적인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 실시되는 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하여 주민 150명이 조합장선거 입후보예정자로부터 6,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았고, 최대 30억 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안타까운 기사를 얼마 전에 보았다. 같은 기사를 보고 과태료 부과가 당연하다는 사람과 돈 조금 받은 것 가지고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은 사건을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양심을 저버리고 위법행위를 했다는 사건의 본질 자체는 달라질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사건 기사를 보고 "입후보예정자가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줬다. 그래서 처벌을 받는다."라는 단순한 교훈밖에 얻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건 자체보다 더 큰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돈선거에 관대한 조합원들의 태도는 학연, 지연, 혈연으로 맺어진 특수성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들의 사회적, 도덕적 수준의 반영이기도 하며 동시에 조합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건을 조합장선거의 도덕적 진보의 계기로 삼으려면 우리 조합원들은 양심을 저버린 부도덕한 개인에게는 도적적 경고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직선거뿐만 아니라 조합장선거에서 그동안 나타난 비양심적 행위들은 우리 선거문화에 깊이 박혀 있는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서로 다른 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거와 관련하여 위법행위를 신고한 양심적인 사람이 비난받는 것은 그 사람이 사회와 동화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 선거문화가 양심적인 사람을 비난받는 자로 만들어 버리는 부도덕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제1회 동시조합장선거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선거문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 업무를 마치고 작은 방 한켠에서 적는 짧은 이 글이 우리 조합원들의 숨겨져 있던 양심을 일깨워 부도덕한 자들이 진리라고 믿고 한 행위가 결코 진리가 될 수 없다라는 명제를 다시한번 깨우쳐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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