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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씨 ‘꽃피는 고래’

개발·성공에 우린 소중한 것을 잃었다

  • 웹출고시간2008.06.17 20:16: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꽃피는 고래

김형경/ 창비 / 270p /9천800원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왜곡되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내 온 작가 김형경씨가 신작장편 ‘꽃피는 고래’를 출간했다.

이 책은 열일곱 살 소녀 ‘니은’이와 그 주변 인물들의 교감을 통해 가혹한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다시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열일곱 소녀의 목소리로 우리 모두의 내면에 살고 있는 성장하지 못한 아이를 그리며 그 안의 상처와 당당히 마주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니은이의 엄마는 자신이 인도 공주의 후손이라고 믿고 있다. 게다가 아빠는 아랍 상인의 후예라고 말하며 고향인 처용포와 지금은 금지된 고래잡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단란했던 니은이의 가족. 그러나 어느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부모님을 잃고 니은이. 이제 그녀는 아빠의 고향인 처용포에서 심각한 슬픔과 무기력에 빠진 채 지내야 한다.

다행히도 처용포에는 니은이를 따뜻하게 돌보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포경금지령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뒷산을 사철나무숲으로 가꾸어온 장포수 할아버지, 그리고 일흔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러 다니는 왕고래집 할머니다. 니은이를 보러 처용포로 온 친구 나무도 있다. 그러나 전과 다름없이 발랄한 나무를 바라보는 니은이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고.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외로움이 알 수 없는 분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니은이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선해준 나무에게 끝내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고 나무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그러나 니은이는 사흘 만에 유리창을 깨는 사고를 치고 다시 처용포로 돌아오는데….

이 소설은 청소년의 성장담을 넘어선 보편적 울림을 갖는다.

어른의 표정과 몸짓을 지니고 사는 우리 내면 한구석에는 아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돌이킬 수 없이 소중한 것들을 잃어본 적이 있고, 그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따라 성숙해진다.

이 소설의 제목 ‘꽃피는 고래’는 장포수 할아버지가 니은이에게 들려준 고래잡이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맨 처음 고래잡이를 나간 바다에서 잡은 고래가 마지막 숨을 내뿜은 순간 함께 뿜어져 나온 핏줄기가 꼭 ‘꽃’과 같다 해서 ‘꽃핀다’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한다.

작가 김씨는 이 책에서 상실-극복의 이야기에 개발과 성공의 신화가 현대인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앗아간 것, 원형성적 신화의 세계를 겹쳐 대비시킨다.

주인공이 찾아든 아빠의 고향 처용포는 ‘고래’로 상징되는 바다의 원형성을 간직한 고장에서 국내 최대 공업단지의 일부로 변모하는 중이다.

거기에는 아직 ‘최고의 고래잡이’의 기억을 붙들고 놓지 못하는 존재와 평생을 헌신과 바람으로 살아와 집착을 끊어버린 할머니가 있다.

바다를 지키는 신화 같은 바다동물이 있고, 기적처럼 고래가 돌아온다. 깊은 슬픔 속에서 신화의 끝자락이 되살아나고,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따스함을 붙들고서 니은이는 비로소 자신의 슬픔 바깥으로 한발을 내딛으며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해 끝내 훌훌 털고 일어난다.


/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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