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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1.15 17:29:26
  • 최종수정2015.01.15 18:26:21
바라보기만 해도 아픕니다.

예전 그 늠름하던 자태는 어디로 가고 앙상한 모습이 가엽기만 합니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흔들리는 생명의 시계추는 언제 멈출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생일 축하해. 이 돈으로 애들하고 맛있는 거 사 먹어"

울먹이는 당신의 목소리가 가슴을 에이게 합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말을 잇지 못하는 당신의 말에 침묵이 흘렀지요. 돈을 받아들고 고맙다는 말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주는 마지막 생일 선물이 되리란 걸 서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26년의 희로애락 인생길에 해마다 맞이한 내 생일이지만 이렇게 의미 있게 다가오긴 처음입니다.

내년을 기약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안해,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라는 당신의 말속에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이었는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잘 압니다.

당신이 작년에 된장을 풀어 끓여준 미역국을 내년에도 먹고 싶다면 큰 욕심일까요, 당신이 내게 끓여 준 처음이자 마지막 미역국이 될 것 같네요.

암이 당신에게 온지 5년째 맞는 겨울입니다.

눈물도 메말라가는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습니다.

2주에 4일씩 한 달에 8일이나 맞아야하는 항암주사는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함께 공격하기 때문에 혈관속이 타는 듯한, 열과 함께 견디기 힘든 통증을 동반한다지요.

입맛이 없어 음식을 먹기도 어려운데 그나마 목으로 넘긴 것들도 토하고 설사를 하게하는 힘든 항암치료를 그렇게 많이 받고도 견뎌낸 당신입니다.

당신의 온몸에 그 몹쓸 암세포가 다 퍼졌다고 해도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쌍둥이가 이제 고등학교 입학하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픈 당신을 지켜본 아이들입니다. 약한 모습 보이지 않는 씩씩한 제 엄마처럼 아이들도 일찌감치 애어른 되었지요.

아빠 파이팅을 굳이 외치진 않더라도 아파하는 당신을 보며 속울음 삼킨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당신은 일어서야 합니다.

3년 뒤에나 있을 쌍둥이 대학자금을 걱정하고, 종종거리며 사는 나를 애잔하게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였습니다.

아빠 불쌍하다며 우는 딸을 보듬어준 적은 있지만 내가 무너지면 우리 가족이 어떻게 될까봐, 목 놓아 울어본 적도 없네요.

당신이 아픈 걸 인정하는 순간 어떻게 될까봐, 당신의 애잔한 눈길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어떻게 될까봐, 무심한척 하였습니다.

그랬는데 간절한 가족의 바람과는 달리 올 겨울 당신은 외출조차 못하네요.

누룽지 두 숟가락이 당신이 먹는 전부가 돼 버렸네요.

학교 다녀 온 아이들 반갑다고 현관문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누워서 인사를 받고 있네요.

잠든 당신의 얼굴을 가슴에 새깁니다. 내 가슴과 기억 속에 꼭 꼭 담아둡니다.

당신의 앙상한 팔다리를 보며 내가 미안해집니다. 내가 대신해 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찬바람에 겨우 붙어있던 은행잎 하나가 뚝 떨어집니다. 잎 새를 다 떨어뜨린 저 은행나무는 봄이 오면 다시 움이 돋아나겠지요.

이 겨울의 저 세찬 칼바람을 견디고 나면 봄은 옵니다. 얼어붙은 밭에 납작 엎드려서 겨울을 나는 강인한 보리처럼, 올 겨울만 잘 이겨내면 반드시 당신에게도 따뜻한 봄날은 올 것입니다.

아니 꼭 와야만 합니다. 어제를 버텼으니 오늘은 지날 것이고 또 그렇게 내일도 맞이할 것이므로 견뎌내야만 합니다.

여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아요, 여태 잘 참았잖아요,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있던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글에 등장한 남편은 다가오는 봄을 보지 못한 채, 작년말 유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모임득 수필가

-<수필과비평>등단.

-청주문인협회 회원,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수필과 비평작가회의, 딩아돌하문예원.

-수필집: <간이역 우체통>

-공저: <그리움의 노래> <41人 명 작품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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