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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중

베짱이 노릇하며 지낸지 8년째다. 초반에는 등산을 핑계 삼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집을 나섰다. 오늘은 강원도로, 내일은 경상도로 하면서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운동도 하고 좋은 경치도 보고 새 친구도 사귄다. 이것처럼 좋은 게 없다. 그러다 국내가 좁다고 해외로까지 나가서 등산을 하고 다녔다.

한 삼 년 하고 나니 조금 시들해진다. 등산하는 횟수가 줄면서 다른 데로 눈을 돌린다. 이번엔 봉사단체에 가입해 일도 하며 놀기도 한다. 그러면서 무언가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노래도 배우고 글쓰기도 배우고 좋다는 강의도 들어본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비슷한 베짱이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언뜻 표시나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짱이 짓들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열과 성을 다한 만큼 행복지수도 쑥쑥 올라간다.

베짱이가 되기 전에 그들은 개미처럼 살았던 것이다. 베짱이로 변신한 사연도 가지가지다. 큰 우환을 겪었거나 건강을 잃었거나 타인의 불행을 보고 정신적인 변화가 생겨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베짱이의 하루하루는 정말 바쁘다. 달력에 일정이 가득 적혀있다. 어느 날은 정말 피곤할 정도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우스개도 있다더니 정말 그 짝이다.

이렇게 베짱이로 지낼 수 있는 건 함께 살고 있는 개미 덕이다. 물론 그 개미는 자발적으로 개미가 된 건 아닐 게다. 내가 먼저 베짱이로 살겠다고 선수를 쳤으니 할 수 없이 개미 역할을 맡은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베짱이로 살려면 약간의 뻔뻔함을 동반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솝우화에서 베짱이는 아무 생각도 없이 놀기만 하다가 추운 겨울에 개미에게 먹을 것을 얻으러 간다. 그러나 보기 좋게 거절당한다.

이솝은 먹이를 모으지 않고 노래만 부르는 베짱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베짱이와 안락한 곳에서 편히 쉬는 개미의 대비를 통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일을 하는 방식과 모습이 다를 뿐, 개미와 베짱이는 둘 다 성실히 자신의 일을 했다. 다만 삶의 가치관이 달랐을 뿐이다. 개미는 내일을 위해 살고 베짱이는 오늘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프랑스와즈 사강의 책 '거꾸로 읽는 개미와 베짱이'에서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 펼쳐진다.

식품점에서 일하는 개미는 겨울 내내 먹을 것을 들여온다. 여름에 오래도록 음식이 전혀 팔리지 않자 베짱이를 찾아간다. 겨울을 대비해 미리 음식을 사두라고 제안한다. 겉으로는 점잖은 척 하지만 사실 개미는 초조하기 짝이 없다.

그러한 개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짱이는 느긋할 뿐이다. 원작에서 항상 퇴짜만 맞았던 베짱이의 반격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사강은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개미는 상품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된 장사꾼으로, 베짱이는 욕심 없는 음유시인으로 보여준다. 근면 성실만을 강조하는 이솝 우화를 탈피해 진정한 행복의 가치에 대해 묻고 있다.

가끔 산에 함께 가는 친구가 어느 날 문득 말한다. "이제 난 베짱이처럼 살래." 친구의 얼굴에서 그동안의 개미인생이 엿보인다. 개미처럼 살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베짱이가 될 수 없다.

죽기 전에 "아, 좀 더 일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후회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베짱이야말로 인생의 행복을 아는 주인공이 아닐까· 그들의 가슴은 분명 활활 타고 있을 것이다.

겨울이다. 그러나 베짱이는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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