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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원

청주시 청원구청 총무과 기획감사팀장

영화 '명량'이 세운 1천700만 관객 동원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을 것이다. 상영 되는 동안 사람들이 무섭게 몰려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재밌기에 저럴까?

워낙 많은 사람이 보니까 나도 봤다. 근데 재미는 별로였다. 관객들을 웃기는 장면이나 대사는 전혀 없었다. 배우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근엄한 표정만 지었고, 전투신은 너무 길었다. 한번 전투가 시작하자 언제 끝날지 모르게 이어졌다.

이긴 전투였던 건 알고 있었다. 이순신이 전사한 전투는 노량해전이지 명랑해전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데 묘하게도 시간이 흐르자 이순신이 탄 배가 침몰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었다. 노를 젓는 이들이고 갑판 위에서 무기 들고 싸우는 이들이고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더 못 싸우면 어쩌나 속이 타는 것이었다. 천하의 이순신이라도 저 지경에 처하면 어쩔 수 없겠구나, 이제 끝장이라는 느낌에 젖기도 하는 것이다.

주인공 최민식의 연기가 뛰어났다. 임진왜란 시기 조선 수군의 배 판옥선을 재현해 실감나게 했던 효과도 컸다.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었다. 영화에는 백성들이 다수 등장했다. 바닷가 언덕에 서서 아군의 승리를 응원하는 역할을 맡은 백성들. 나도 그랬지만 관객들 모두가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 속 백성들의 마음과 같아졌다.

적의 배가 너무 많았다. 함포로 격침시켜도 한도 끝도 없이 달려든다.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아군이 용맹하다. 대장 이순신도 그렇고 부하들도 처절하게 싸운다. 허나 승리는 불가능할 같다. 그럼에도 백성들 마음은 간절하다. 부디 이겨 살아서 돌아오기를!

영화에서 늙은 어부가 물살이 매우 빠른 곳을 이순신에게 알려준다. 물살이 가장 빠를 때는 웅웅웅 소리를 내면서 소용돌이치기도 한다는 곳. 이순신은 명량의 조류를 유심히 관찰하고는 일본 수군을 맞아 싸울 장소로 정한다. 실제로 그런 역사적 사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단 영화에서 이순신은 그랬다. 백성들의 경험을 귀담아들었다.

'명량'에서 배울 점은 많다. 12척 배로 바다를 포기하려 들지 않았던 점, 자객의 기습을 겪고도 지휘관으로 자기 자리를 지켰던 점, 완성되기 직전 거북선이 불타긴 했지만 준비에 만전을 기했던 점, 결전의 날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던 점 등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백성의 경험을 귀담아들으려 했다는 점이다. 그때 이순신은 해전에서 여러 번 승리해 명성이 드높았다. 바다에 아주 익숙하다고 자신할 만했다. 또 군인이 아는 바다와 어부가 아는 바다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순신은 늙은 어부의 말이 사실인가 확인하려고 명량 앞바다로 동행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명량'에서 보여준 이순신의 자세는 오늘날 공무원들이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시민들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기관이 존재한다. 그런데 소속된 공무원들이 관내 시민들의 애로사항, 그것을 풀 지혜를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영화 속에서 이순신이 늙은 어부의 말이 사실인가 확인하려고 명량 앞 바다까지 함께 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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