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 자녀와 관심 속 대화가 첫걸음

신종기

옥천경찰서 생활안전과장

'학교폭력'얼핏 들으면 여고괴담 만큼이나 서늘하게 들릴 수 있는 그런 말이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꿈과 추억이 살아있는 '학교'라는 단어와 조직폭력배를 연상시키는 '폭력'이라는 단어는 조합되어 잘 어울리지 않을듯하다.

하지만 올해 진주외고 폭행치사 사건을 비롯하여 얼마전 경주 여고생이 학교폭력과 왕따에 시달리다 자살한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학교의 현주소는 많은 사람들을 인식하게 하고 반드시 학교폭력을 근절시켜야 하겠다는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데는 참으로 적절한 말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여 현정부에서는 출범과 함께 시작으로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을 근절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중 학교폭력을 없애는데 경찰, 교육청 등을 비롯한 각 행정기관과 NGO단체가 뜻을 모아 협업하여 거리캠페인, 예방교육, 인성교육, 선도활동 및 각종 행사를 통한 예방활동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폭력에서부터 물리적 폭력,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사이버폭력에 이르는 학교폭력은 다소 감소하였지만,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한 통계를 보면 학교폭력 가해학생 중 결손가정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또한 가해학생 중 그들의 부모 또는 가족 구성원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거나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눈 경험이 없는 학생이 많다는 결과가 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 학부모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며 직장에 일찍 출근을 하고 늦은 귀가, 그리고 학생들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학원, 또 과외 등...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설사 같이 있다고 해도 각자 나름대로의 바쁜 현실 속에서 대화를 갖는 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모 광고의 한 글귀가 생각난다.

당신은 앞으로 6개월 남았습니다. 당신이 직장에서 일하고 당신을 위해 쓰고 남은 그 나머지 가족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평생 동안 6개월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청소년을 위한 학교폭력 예방에 너무 먼 곳에서 먼 길을 돌아온 듯하다. 이제는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녀에게 공부해라!, 밤늦게 밖에 돌아다니지 마라! 라는 등의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으로 자녀에게 다가서야 할 때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관심을 갖고 짧은 시간이라도 지속적으로 가정에서 자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그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풀어주는 것이 바로 대화이며,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시행하던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는 예방책으로 근본적인 문제점에서 벗어나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오늘부터라도 가정해서 우리 아이의 눈높이에서 눈을 마주보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