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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여행은 설렘이다. 지인들과 설렘을 안고 행복한 여행길에 올랐다.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우리들. 버스 안은 마치 꽃밭 같았다. 애써서 준비해온 간식으로 입이 즐거웠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초록의 장관에 감탄하고 후배가 건네주는 커피 맛에 취해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니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 때문일까? 멀미나 졸음 한번 없이 첫 목적지인 녹우 당에 도착하였다.

녹우 당은 전남에 남아있는 민가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집이고 윤선도와 윤두서가 살던 집이라 해남의 필수방문지이기도 하다. 유물전시관에는 윤선도와 윤두서에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국보 제240호인 윤두서의 안면자화상이었다. 지금은 안면만 남아있지만 원래 가슴까지 오는 반신상으로 제작되었다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행했던 X-선 조사에서 애초 귀가 묘사돼 있었음을 살필 수 있었다는데. 만약 귀나 반신상이 보인다면 이 그림에서 품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나 옹골찬 기개가 과연 느껴질까 싶다. 혹시 훼손된 부분이 보일까 싶어 뚫어져라 그림을 바라보는데 누군가 크게 외쳤다. "진품은 금고에 있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녹우 당으로 향했다. 아, 실망. 공사 중이라 출입금지란다. 그럼 집 뒤 비자나무숲이라도 둘러보자 싶었는데. 이런, 또 실망. 시간이 여의치 않아 허락되지 않는단다. 수령이 500년 이상이라는 은행나무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녹우 당을 나서는데 바람이 불어왔다. 비자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쏴~아'하는 소리가 초록비가 내리는 듯 하다하여 녹우 당이라 이름 지었다더니. 제대로 구경 못한 우리에게 비지나무숲이 바람을 보내주나 보다. 고산이 들었다던 비자나무 숲의 바람소리도 이 바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여기며 선교(禪敎)양종의 대 도량인 대흥사로 향하였다.

한적한 숲길을 지나 피안 교를 건너고 일주문을 지나니 부도 밭이다. 서산대사의 부도를 찾아보고 해탈 문을 지나니 드디어 대흥사의 가람이 펼쳐졌다. 당우가 많아서일까. 가람배치가 특이하다. 부지런히 원교 이광사의 친필인 대웅보전의 현판과 추사 김정희의 무량수각의 현판을 비교해본 다음, 창암 이상만의 글씨인 가허루 편액을 감상하였다. 둥글게 휘어진 가허루 문턱을 재빨리 넘어 천불전 앞의 약수 한 사발을 들이켰다. 약수 맛이 시원찮다. 이유를 물었다. 대흥사는 행주 형이라 샘을 만들면 안 되니 계곡물을 사용한단다. 그러니 물맛이 미적지근할 수밖에.

몇몇이 천불전 법당으로 들어가 부처님에게 절을 올린다. 천불이 모셔져있어 삼배만하면 삼 천배라니. 바쁜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법당이다. 천불전을 나서는데 어서 버스로 이동하란다. 초의선사의 발자취를 느껴보고 싶어 꼭 일지 암에 들르고 싶었는데….

한적한 숲길을 내려오며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아, 행복하다! 그대들이 있어 더욱 더 행복하다" 그래 여행은 행복이다. 혼자가 아니라 더욱 그렇다. 돌아오는 버스 속, 잠든 지인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로의 흔적이 우리의 정만큼이나 깊고 뚜렷하다. 조금 전까지 소녀인양 마냥 웃고 떠들었는데.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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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