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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7.08 18:13:35
  • 최종수정2014.07.08 18:13:35

노필수 경감

제천경찰서 청문감사관

10여 년 전 어느 여름 50세 중반의 보통 키, 조금 야윈 허름한 남자가 살며시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 와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문을 열었다.

"돈 있으시면 2만원을 빌려 달라"는 말과 "다음에 꼭 갚겠노"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내가 근무하는 제천 역전파출소(현 강저지구대)는 중앙 태백 충북선이 교차하는 철도 중심역으로 1일 3천~4천명의 여객이 왕래하던 나름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지금은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교통 등 정비가 잘 돼있지만 그때만 해도 노숙자와 주취자가 넘쳐나고 주변 교통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역전만의 특수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가끔은 파출소로 들어와서 차비나 먹을 것을 구걸하는 이가 있어 귀찮아서 몇천원씩 주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깔끔하게 신사차림을 하고 나타나 지갑을 분실했으니 1만원을 빌려주면 꼭 갚고 은혜를 잊지 않겠노라 연기를 하는데 여러 번 알면서도 속아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전국을 무대로 한 상습범이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남자도 그런 사람들 중 예외는 아니겠지 하면서도 속는 셈치고 도와주자는 생각과 동시에 계속 달라고 하면 소장체면에 민망하기도 하고 귀찮을 것 같아 "2만원은 없고 1만원 도와 드릴테니 필요하신데 쓰시고 기차는 저희가 가시는 데까지 무임승차 확인서를 발급해 도와드리겠습니다"하고는 지갑에서 1만원을 꺼내드렸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지나 잊어버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편지 한통이 내 이름 앞으로 날아왔다.

겉봉투에 이름을 보니 모르는 사람으로 개봉해 읽어 내려가면서 지난번 1만원을 꾸어간 50대 중반의 남자가 보낸 편지임을 알 수 있었다.

편지의 내용인즉, "지난 8월 15일 오후 1시45분 여름 탈진상태로 졸도 일보 직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끄러움과 염치를 무릅쓰고 파출소를 찾아 돈을 빌려 달라고 할 때 소장님이 선뜻 1만원을 주신 것에 대해 천번 만번 고맙고 당시 파출소 문을 나설 때 부끄럽고 고마운 심정은 감히 글로 표현할 길이 없다. 나에게는 100만원보다 더 큰 값어치였고 졸도를 면하게 해줘 내 생명을 지켜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내 자식들에게 전하겠다"는 내용과 "날씨도 좋아졌고 친지분의 도움으로 공사현장에 나가서 처음으로 노임을 받으며 일하고 있어 시간이 허락되면 즉시 소장님을 찾아볼 생각으로 이글을 쓴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편지를 읽고 그가 요구한 2만원을 다 빌려주지 못한 제 자신에게 미안했다.

1만원이 적은 액수의 돈인지 몰라도 내 작은 도움으로 인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생명까지도 구하는 힘과 희망을 주는 구나하고 느꼈다.

경찰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갈무리 하는 시점에 뒤를 돌아보며 경찰관으로서 보람과 자부심,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이응찬씨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후에 1만원을 봉투에 넣어 가지고 찾아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자세한 신상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사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지 않은 분인가 생각해보았다.

그 후 연락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어디에 살고계시든지 그 옛날의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한 만큼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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