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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눈물 나도록…

희귀질환 '윌슨병' 앓는 18세 소녀 선영이
"다른 것 바라지 않아… 건강만 해다오"
세월호 참사 이후 자녀사랑 풍속도 변화

  • 웹출고시간2014.04.30 19:52:32
  • 최종수정2014.04.30 19:52:32

가정의 달 5월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 48분께 진도 앞바다에 멈춰버린 대한민국의 시계바늘. 영원히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톱니바퀴가 흘렀다.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18살 사춘기 소년·소녀 단원고 학생 250명을 차가운 바다에 묻은 채.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들의 부모, 그리고 대한민국의 부모 모두 울었다. 숨 쉬기도 미안한 4월을 보내면서 다시 한 번 아이들에 대한 소중함을 찾게 됐다. 침몰 사고 후 이런 말이 부모들의 입에서 나왔다. "살아 있어줘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눈물 나도록…."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손가락, 발가락부터 본다. 두 손, 두 발가락 10개가 제대로 달려있는지. 그리곤 눈물을 흘린다.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때의 감격을 잊는다.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들은 욕심 아닌 욕심을 부린다. 왜 투정을 부리냐고, 왜 공부를 못하냐고, 왜 좋은 대학에 못 가느냐고. 그러면서 말한다. 다 자식을 위한 거라고.

과연 그럴까. 어른들의 욕심이 아이들을 지치게 하는 건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정의 달 5월, 그리고 초하루. 본인의 욕심으로 자녀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선영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난치성 질환인 '윌슨병'을 이겨내며 밝게 자라주는 선영이가 엄마를 사랑스럽게 껴안고 있다.

ⓒ 김태훈기자
고등학교 3학년 18살 이선영(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양. 이 소녀는 4년 전 '윌슨병(Wilson's disease)'이라는 희귀질환을 진단받았다.

염색체 이상 질환으로서 몸속의 '구리'가 배출되지 못하고 간에 쌓이다가 점차 뇌, 신장, 각막 등으로 번져 심할 경우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는 무서운 병이다. 인구 3만~10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만성 희귀질환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완치 치료제는 없다.

누구보다 활발하고 명랑했던 선영이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죽는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그러면서도 치료비를 걱정했다. 당시 중학교 1학년 꼬마가 말이다.

하지만 치료비는 얼마 들지 않았다. 특별한 치료 방법과 약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통제가 유일한 약인데, 진통제에도 구리 성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잘 놓아주지 않는다. 한 달에 두세 번, 고통이 너무 심할 때만 진통주사를 맞는다.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이날은 학교에도 가질 못한다.

배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 완치제도 없다는 절망감. 어린 소녀가 견디기엔 너무 가혹했지만 선영이는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씩씩하게 이겨냈다. 어느덧 대학 진학을 앞둔 고3이 돼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2년 전 선영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아이는 취재진에게 "사회복지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본인이 질병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아픈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30일 다시 만난 선영이는 어엿한 숙녀가 돼 있었다. 젖살이 빠지고 제법 예쁜 태가 났다. 낮에는 병원 치료를 받느라 야간 고등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오후 5시, 등교하느라 사직동 낡은 집을 나서는 18살 선영이를 그녀의 홀어머니(45)가 배웅한다. 반갑게 손을 흔드는 엄마의 눈에는 하나 뿐인 딸에 대한 애틋함이 녹아 있다. '고마워. 건강하게 이겨내 줘서. 늘 엄마 곁에 있어줘서. 미안하고, 사랑한다.'

눈 뜨고 어린 자녀들을 잃는 이 나라에서, 내 아들딸들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5월 가정의 달이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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