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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4.30 14:17:41
  • 최종수정2014.04.30 14:17:41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현진 지음/ 1만4천원

글쟁이 현진 스님의 아홉 번째 이야기.

스님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철마다 피는 꽃과 나무를 따라 산길을 걷는 듯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때가 되면 복닥대던 도심의 포교당을 홀연히 떠난 스님. 3년 전 청원 불모산 자락의 작은 암자로 옮겨와 반농반선(半農半禪)의 삶을 살고 있는 스님에게 봄의 매화나무, 여름의 느티나무, 가을의 비비추, 그리고 겨울의 설화는 삶이고 수행이고를 반추하게 해 주는 좋은 소재들이다.

그 속에서 스님은 "행복의 꼬리를 따라가면 안 된다." "빠른 속도는 재미가 없다." 같은 너무나 자명한 진리들을 농익은 글 솜씨로 사람들에게 두런두런 이야기 하듯 꺼내놓는다.

수행자의 글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또 때로는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들이 매일 매일 반추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일상의 목표와 속도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너무나 선명한 장면도 놓치고 살 때가 많다. 하지만 멈추고 돌아보면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명징해 보이는 법이다.

현진 스님이 순간순간을 수시로 돌아보며 반추하는 삶에서 우리에게 내놓은 이야기는 바로 느슨하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다.

"나뭇가지의 눈을 털어 주면서 가진 것이 적으면 근심도 줄어든다는 걸 배웠다. 가지가 적거나 잎을 지니지 않은 나무들은 눈의 무게를 피해 갔지만, 가지가 큰 나무들은 눈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었다. 긴 가지가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지만, 겨울에는 그 길이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세상에는 이처럼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되는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떨 땐 재주 없는 단순한 삶이 세상의 번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주렁주렁 매달고 있으면, 그 욕심의 무게 때문에 결국은 몸이 상하거나 재산을 잃기 쉽다." <폭설 앞에서 中>

이런 단순한 삶의 추구는 결국 소박한 생활로 이어진다.

"누구나 하루하루의 생활 때문에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몸은 속진(俗塵)에 있더라도 마음은 이런 삶을 즐기고 동경할 줄 알아야 현재의 고난을 위로받을 수 있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 보라. 종래에는 그 꿈이 내 삶의 방향을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반일정좌 반일독서 中>

하지만 단순하고 소박하기만 하다면 그건 은거에 다름 아니다. 도가(道家)의 삶이지 불가(佛家)의 삶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정작 스님이 묻고 있는 건 매 순간 우리는 '간절하게 살고 있는가'이다. 삶이 수행이 간절해질 때 그 삶이 추구하는바, 수행이 목적하는바에 다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가끔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출가하던 그 시절의 간절함으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어쩌면 명쾌한 답을 아직도 찾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간절함이 사라지면 삶의 방향을 상실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스님에게 책을 선물 받았는데 표지 뒷장에 이렇게 써 놓았다.

'그대 지금 간절한가?'

하루하루 얼마나 간절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간절함은 그 삶에 대한 소중함을 부여한다. 어제 죽은 이에게는 오늘 하루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그대 지금 간절한가? 中>

스님은 이런 간절함이 진지하고 철저한 삶의 배경이 된다고 말한다.

물론 쉽지 않다. 느슨하고, 단순하고, 소소하면서 간절하게 산다는 건. 하지만 스님이 발을 옮기는 산길을 따라 꽃과 나무를 보다 보면 그 경계 속에서 이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연은 우리에게 겸손함을 선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청주의 조계사'라 불리는 관음사를 떠나 3년 전 마야사라는 산 아래 작은 암자에 자리 잡은 현진 스님은 이제 그 앞에 서면 한없이 작고 겸손해지는 꽃과 나무 그리고 계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선방에 앉아 화두를 들거나 포교를 위해 저자거리로 나선 스님의 모습을 기대한 것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한여름 마당의 풀과 씨름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말하는 스님의 글 속에는 또 다른 수행의 연륜이 숨어 있다. 그래서 스님의 글은 행간을 넘어갈 때마다 긴 여운을 남긴다. 책장을 넘기며 꽃이며 나무의 향기를 듬뿍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은 제공한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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