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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3.05 14:41:10
  • 최종수정2014.03.05 14:41:10

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1만3천원/3월20일 발간

'덕혜옹주'의 작가 권비영이 5년 만에 새 소설집을 펴냈다.

부모의 폭력과 폭언을 견디다 못한 25세 여주인공 은주가 가출 후 타인들과의 소통과 이해, 그리고 스스로의 반성과 통찰의 과정을 통해 긴 시간 치유되지 않은 채 들러붙어 있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 안에서 받은 극복하기 힘든 고통과 아픔을 소통과 용서를 통해 치유되는 과정이 실감나게 전개된다. 결국 나를 만들어 준 건 '가족' 그리고 '사랑',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에 대한 통찰을 권비영만이 지닌 담담한 톤으로 풀었다.

주인공 은주는 온순하고 조용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다.

다문화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뿌리내리려 애쓰는 이들을 돕는다. 언제나 친절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다가가지만 그 내면엔 언제나 폭력에 대한 공포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런 은주를 친엄마보다 더 잘 챙기는 이는 그녀의 친구 성희의 엄마, 지숙.

지숙은 과거, 도움을 청하는 친동생을 외면했던 한 사건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그 아픈 기억을 상쇄하고자 타인(은주)을 보살피고 소외되고 그늘진 사람들(다문화인)에 대해 온정을 실천하는 캐릭터다.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터키에서 유학 온 에민은 은주에게서 한글을 배우며 가까워진다. 이어 두 남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지만 부모의 폭력으로 그늘진 은주는 에민과의 사랑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한다. 에민 역시 은주에 대한 감정에 확신을 못 갖고 주저한다.

오경애(은주의 엄마)는 은주가 가출하면서부터 더욱 난폭해지고 남편 하동만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과격한 인물이다. 이미 몇 해 전 남편(하동만)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들(하용주)이 가출하고, 그 후로부터 정신적 고통을 받아오던 오경애는 딸(은주)이 가출하자 더욱 난폭해져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는다.

에민은 은주를 애써 잊은 채 공부에 전념하다 졸업을 앞두고 은주가 가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시름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가 그간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갖은 고생을 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자신에게 내재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한편, 은주는 두 번째 가출을 시도한다. 이번엔 무작정 터키로 향한다. 은주도 무의식적으로 에민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고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자신을 그에게서 위로 받고자 했던 것. 터키에서 우여곡절 끝에 은주를 만나게 된 에민은 그녀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공부를 포기하고 취직을 선택한다.

부모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을 찾아온 은주를 아버지에게 잠시 돌봐줄 것을 부탁하고 그 자신은 한국으로 돌아온다. 터키에서 은주는 잠시나마 에민의 아버지 무하르렘과 함께 살면서 부성애를 느낀다. 한국에 돌아와 취직문제로 분주하던 에민은 은주의 아버지(하동만)가 정신착란을 일으켜 목숨을 끊으려 한 일과 은주의 어머니(오경애)가 심한 폭력의 주체가 된 일을 알고 은주의 귀국을 종용한다. 은주는 마침내 귀국을 하지만 에민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개인적 치부를 드러내 보이는 일을 꺼려 에민과 거리를 두려한다.

은주는 진저리쳐지도록 싫은 부모지만 부모의 가슴 밑바닥에 숨겨진 마음의 상처를 뿌리치지 못한다. 아버지의 폭력은 할아버지에 의해 학습되었고 어머니는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인생살이에 상처를 받아 온전한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삶의 궤적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 결과의 원인은 오래 전 세상을 휩쓴 전쟁이 가져다 준 보이지 않는 상처의 흔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지난 일을 청산하듯 집을 팔고 부모를 병원에 입원시킨 은주는 힘겨워하지만, 그동안 한글을 가르쳐 주고 마음을 다해 돌보았던 다국적의 외국 여성들이 그녀의 힘이 되어주겠다는 뜻을 알고 감격하며 큰 힘을 얻는다.

결국, 인간은 국적과 인종을 떠나 누구나 인간 본연의 심성으로 상호 교감할 때 서로에게 큰 위안과 용기가 된다는 긍정적 메시지와 함께 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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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