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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4.22 20:57: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선 초의 문신 양희지(楊熙止)는 조선을 가리켜 ‘산성(山城)의 나라다’라고 규정했다. 삼국초기부터 조선조까지 쌓은 한반도내의 성은 수천 개를 헤아리고 있다. 산성이외에도 평지에 쌓은 도성, 읍성도 상당수에 달한다. 삼국이 각축을 벌이던 충북지역에는 산성이 산맥과 강을 따라 도열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충북의 산성만 해도 250여개를 헤아린다.

이중 보은의 삼년산성, 청주의 상당산성, 정북동 토성, 단양의 온달산성 등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성은 극히 일부이고 대다수 산성이 비지정문화재로 남아 방치된 사태다. 산성은 중요한 국방문화재다. 삼국의 역학구도, 고려, 조선시대 방어시스템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문화재임에도 자꾸 훼손되고 있다. 무상한 세월의 탓도 있지만 상당수는 인위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 60년대, 새마을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갈 때 산성은 수난을 겪었다. 산성의 돌을 빼내어 하수구 등을 정비하는데 사용하였던 것이다. 우리의 손으로 훼손된 것은 아니지만 청주읍성은 1910년대, 시가지 개정이라는 미명아래 일제가 모두 헐어내어 그 돌로 하수구를 쌓았다. 몇 년 전에 구 히아신스 예식장 근처에서 전주 이설공사를 하다 청주읍성의 자재인 무사석, 확 등이 출토된 바 있다.

침략자의 손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파괴된 것도 억울한데 그 후로는 우리가 우리 문화재를 마구 파손한 자가당착적 행위가 빈번히 자행되었으니 이는 더 슬프고도 참혹한 이야기다. 옥천의 삼양리 토성은 경부고속도로 개설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으며 정북동 토성 또한 사적으로 지정되기 이전 문터 부분이 농로 확장으로 훼손된 바 있다.

청원의 저산성은 단군성전을 짓는 과정에서 거의 파손되었다. 충북과 충남을 연결하는 지점에 있던 거점 산성이 없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보은 회인의 매곡산성이 농로확장으로 또 훼손되었다. 눈썹모양으로 생겼다하여 일명 아미산성으로도 불리는 매곡산성은 둘레 695m로 작은 규모에 속하나 후삼국의 세력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성이다. 이 산성의 성주는 후백제의 공직 장군이었는데 후에 그는 고려에 귀속하였다.

매곡산성은 밖을 점판암으로 쌓고 안을 흙이나 자갈로 채운 내탁 공법의 산성으로 삼국시대 축성기술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임에도 높이 2~3m, 길이 30여m 가량의 성벽이 길 확장공사로 인해 사라져 버렸다. 성벽은 잘린 시루떡처럼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재 애호정신이 이 모양이니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말은 최소한 이 부분에서만큼은 헛구호에 구치고 있는 셈이다.

충북에 있는 산성 중 몇몇 산성은 가히 삼국 산성의 모델이 될 만한 중요한 문화재다. 보은의 삼년산성은 신라산성의 대표 격이자 교과서 같은 성이다. 다른 성을 쌓을 때 그 기준척도를 삼년산성으로 삼았다. 삼년산성의 어느 부분이 몇 자 몇 치임으로 이에 준해야 한다는 축성의 바로미터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청주 상당산성은 포곡식(계곡을 감싸는 방식)산성의 대표 격이자 내탁공법의 대표적 산성이며 정북동 토성은 비록 작은 규모이나 네모꼴 토성의 전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전국 지자체를 통틀어 한 지자체에 2개의 성이 사적으로 지정된 곳은 청주밖에 없다. 앞으로 청주 권에는 또 하나의 사적 지정 산성이 등장할 전망이다. 그곳이 바로 부모산성이다. 이 산성은 돌로 안과 밖을 쌓고 그 사이도 돌로 채운 협축산성으로 충북대 차용걸 교수의 발굴조사에서 백제 웅진, 사비 기에만 출토되는 前 자 인장무늬 명문이 출토되어 백제산성임을 확인해주었다. 복원만 된다면 청주지역에서 상당산성과 함께 쌍벽을 이룰만한 산성이다.

부모산성은 백제의 내륙진출 전초기지로 그 세력은 충주 장미산성에 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채에 딸린 자성(子城)인 보루를 여러 개 둔 점 등은 백제산성의 특징이다. 충주산성은 조령 길목을 차단하고 단양의 온달산성, 적성산성 등은 죽령을 봉쇄하는 요새다. 충북도와 관련학계에서는 충북산성의 이런 장점을 살려 여러 개의 산성군(山城群)으로 묶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찍이 삼년산성은 세계문화유산 후보군에 올라있었으나 복원문제가 불거지면서 낙마하였다. 이러한 계획과 달리 민간에서 자꾸 산성을 훼손한다면 세계문화유산 등록 추진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으며 우리의 빛난 문화유산은 생활주변에서 자꾸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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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