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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

중원대 한국학과 교수

'추석이 춧석춧석 오고, 슬이 슬슬 온다' 수년 전 설 무렵 청주 금천동 어느 식당에 갔을 때, 주인이 한 말이다. 그분도 전에 어른들한테 들은 것이라 한다. 표준어만 듣고 살아온 사람은 뒤의 문장을 얼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 문장을 토대로 추리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증평에서 괴산으로 가다 보면 괴산 가기 7km 전에 굴 뚫은 곳이 있다고, 지리를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런데 상대의 표정을 보니 굴이라는 말을 못 알아듣는 듯해서 얼른 터널이라 했더니 그때야 알아듣는 표정이었다. 결국, 견문의 차이가 이해력이나 창의력의 차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참으로 현명하다. 화성학상(和聲學上)으로 유사한 발음과 표현기번상으로 반복법을 써서 내용을 강조하고 기억하기 쉽게 했다. 표준어로 표현하면 '설이 슬슬 온다'라고 해야 한다. 문장을 쓸 때는 표준어로 설이라 표기하지만, 실제 말을 할 때는 대개 '슬이 얼마 안 남았어'. '슬 잘 셌어'라고 발음한다. '설'이니 '섭'이라 발음하는 것보다 '슬'이라 하고 '십'이라 발음하면 입아구가 덜 아프다. 다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외국'이라 발음한다고 생각하고 발음하지만, 실제는 '에국'으로 발음한다. '회사'도 '헤사'로 발음한다. 일종의 활음(滑音) 내지 유음(柔音化) 현상이다.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설이 기쁘기보다 걱정이 앞서서, 빨리 오는 것이 걱정됐던 것이다. 전엔 아이들은 추석과 설이 되면 그야말로 무조건 좋아했다. 전에 생활이 어려울 때 어른들은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제수도 장만하고 설에는 여러 자녀에게 설빔이라도 해주어야 했다. 추석도 빨리 다가오고 그러다 보면 설도 슬슬인 듯하지만, 어느샌가 모르게 빨리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간 고생하여 경제를 향상시킨 선배들에 감사하며 이번 설을 맞자.

'설'이라는 말을 사람 나이 즉 '몇 살' 등과 같은 뜻으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한편 새해 첫 달의 첫날은 낯설기 때문에 '설다', '낯설다' 등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시작할 때 조심하라는 뜻으로 쓴 듯하다. 너무 조심해서 피해 보는 경우도 있으니, 과민하지 않은 범위에서 조심은 해야 한다. 연초에 수립한 거창한 계획이 작심 3일이 안 되도록 최적으로 조심하며 초지일관하자.

설에는 덕담도 주고받는다. 그냥 한마디 해야겠다. 전에 한동안 써왔던 명절증후군이란 말을 2010년 부턴가는 언론기관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추석이나 설에 가족과 문중이 모여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조상의 훌륭한 업적을 추모 계승하고, 후손 간에 화합 발전을 모색하며, 가문에서 훌륭한 인물이 배출되기를 기약하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제수를 정성껏 차려서 제사를 잘 지내자. 사람이 하루 세끼, 1년에 천 끼 이상 먹는데, 조상님께 두 번이나마 잘 차려드리자. 그리하면 조상님이 보호하사, 추석이 춧석춧석 와도 두렵지 않고, 슬이 슬슬 오지 않고 성큼성큼 와도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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