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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택

시인

중국의 진(秦 BC 221~206)나라에 조고(Chao Kao, 趙高)라는 환관이 있었다. 조고는 조나라 왕족으로 조나라가 진나라에게 멸망한 뒤 진시황제의 환관이 되었다. 그는 법문에 밝고 머리가 명석하여 진시황의 신임을 받아 진시황의 둘째 아들 호혜의 어릴 적부터 스승이 되었다. 진시황은 둘째 아들 호해와 환관 조고, 숭상 이사와 함께 전국 순행을 하였다. 순행하던 진시황은 중병에 걸려 위독해지자 스스로 자기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숭상 이사를 불러 변방을 지키고 있는 맏아들 부소에게 "함양에 돌아와 자기의 유해를 맞이하고 장례를 치르라"는 조서를 내렸다.

하지만 진시황은 부소에게 조서를 보내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그 조서와 옥새는 환관인 조고의 손에 있었다. 조고는 이때부터 숨겨왔던 야심을 이루기 위해 승상 이사를 찾아가, "부소가 황제가 되면 틀림없이 이사는 승상에서 쫓겨나게 되는데 그때 어떻게 하시렵니까?" 하면서 승상 이사를 회유했다. 조고는 승상 이사로 하여금 진시황이 호해를 태자로 세우라는 유언장과 맏아들 부소에게 "군의 지휘는 부장 왕리에게 맡기고 자결을 명하노라."라는 진시황의 거짓 조서를 보내어 부소를 자결토록 했다. 그리고 호해를 즉위시키니 그가 바로 진나라 2대 황제였다.

호해는 황제의 재목감이 못되었던 터라 즉위하자마자 국정은 조고에게 맡기고 주색과 향락에 빠져 지냈다. 권력을 손에 쥔 조고는 장군 몽염을 비롯하여 열두 왕자를 저잣거리에서 공개 처형하고 승상 이사마저 제거한 뒤 자신이 승상에 올랐다. 환관이 승상에 올라 국사를 전횡하자 전국에서 영웅들이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러자 조고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자기에게 도전하는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묘책을 썼다.

조고는 신하들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호해황제 앞에 사슴 한 마리를 끌어다 놓고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 조신이 좋은 말 한 필을 구했기에 폐하께 바치려고 가져왔습니다."

그러자 호해 황제는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조고를 향해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경은 짐에게 재담을 하려는 것인가?" 호해황제의 말에 조고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소신이 어찌 폐하께 재담을 하겠습니까? 이 말은 천하에 보기 드문 명마이오니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호해는 좌우를 돌아보며 신하들에게 말했다.

"경들도 이것이 사슴이 아니고 말로 보이는가?" 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말이 맞사옵니다. 폐하!" 하고 대답했고, 당황한 호해황제는 신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돌아가며 물었지만 조고의 위세를 두려워한 신하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사슴을 말이라고 대답했다.

조고 승상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그때, "폐하, 이것은 말이 아니라 사슴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슴이옵니다." 겁 없는 두 신하가 사슴이라고 바른말을 아뢰었다. 이에 조고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들을 노려보았고, 다음날 조정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와 같이 조고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실이 아닌 말로 윗사람을 속이고 바른말을 고한 신하들은 죽였다.

이후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사자성어는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비유할 때 흔히 인용되어 왔다. 이것이 요즘에 와서는 그 뜻이 확대되어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2010년 8월의 '천안함피격사건'을 '폭침이다'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나, 2008년 미국 소고기를 먹으면 허파에 구멍이 뚫린다는 허구적인 광우병 괴담, 2013년 말 철도노조파업 시 민영화 진실공방의 괴담 등으로 국력을 소비하고 있는 일들은 오늘의 지록위마가 아닌가 걱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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