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선자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기던 친구입니다. 지금 그 친구 때문에 슬픕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선자가 분식집을 개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끼리 깜짝쇼를 준비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선자 몰래 분식집으로 향했습니다. 대충 위치는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주변 상가를 다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그녀에게 우리가 헤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극구 방문을 거절하더군요. 가겠다는 우리와 오지 말라는 선자의 전화 실랑이가 길어졌습니다. 너무 강경한 선자의 말에 방문을 포기할 때쯤 한 친구가 길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선자를 발견하였습니다. 결국 선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분식가게를 방문하게 되었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선자의 말에 따르지 않은 것을 금세 후회했습니다. 선자의 분식집은 작은 손수레였습니다. 호떡과 떡볶이, 순대와 어묵을 파는 길모퉁이 노점이었습니다. 반듯한 상가에 개업축하 화환이 있을 거라 여겼던 우리들이 어찌 찾을 수 있었겠습니까? 선자나 우리 모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갑자기 한 친구가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야, 너 부자 되라고 이것저것 많이 사 왔어. 손님 아니라고 괄시하지 말고 얼른 떡볶이랑 순대 좀 내놔. 배고파 죽겠다."

덕분에 우리들은 어색함에서 벗어났고 선자의 손맛이 밴 음식들로 포식을 하였습니다. 서투르게 구워주는 호떡은 제각각 모양이 달랐고 손님이 없어 불어터진 떡볶이는 볼품이 없었지만 특별한 맛이었습니다. 선자의 떡볶이에는 수많은 망설임과 부끄러움, 눈물과 고통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보다 더 많이 아주 많이 새로운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너무 미안했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알았지만 작은 가게 한 칸 얻을 여력이 없는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친구라면서 말입니다.

정치권에서는 10억 100억이 보통이고 백화점에서는 값비싼 명품이 잘 팔린다는데 우리네 서민들은 아끼고 아껴도 이렇게 살아가기가 힘이 드니. 이런 현실이 참 싫습니다. 지금 중산층이 없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빈부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 우리나라는 최상위층인 부자와 최하위층인 일반인 두 계층으로 나뉠 거라고 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은 사라졌고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시대라고 합니다. 서글픈 현실입니다.

내 친구 선자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아무리 애를 써도 한 계단씩 내려앉는 그 과정이 말입니다. 독립하지 않은 자식들의 미래는 또 얼마나 암담했을까요.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를 낸 내 친구 선자가 자랑스럽습니다.

"호떡 주세요." 드디어 손님이 왔습니다. "네~" 누구랄 것 없이 우리 모두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리둥절해하는 손님을 보내고 우리는 한참 웃었습니다. 선자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합니다. 희망이 넘칩니다. 어느새 하나 둘 눈발이 날립니다. 하늘도 선자의 개업을 축하하나 봅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동계훈련으로 전국체전 6위 탈환 노릴 것"

[충북일보] 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이달부터 동계 강화훈련을 추진해 내년도 전국체전에서 6위 탈환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박 사무처장은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아쉽게 7위를 달성했지만 내년 전국체전 목표를 다시한번 6위로 설정해 도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초 사무처장에 취임한 박 사무처장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우수한 선수가 필요하고,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수"라며 "전국 최하위권 수준에 있는 예산을 가지고 전국에서 수위를 다툰다는 점에선 충북지역 체육인들의 열정과 땀의 결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 분야에 대해서만 예산지원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향상을 위해 예산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도체육회 조직확대 계획도 밝혔다. 현재 24명의 도체육회 인원을 29명으로 증원시키고 도체육회를 알려나갈 홍보 담당자들에 대해서도 인원을 충원할 방침이다. 박 사무처장은 "현재 도체육회의 인원이 너무 적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도세가 약한 제주도의 경우에도 체육회에 3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