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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1.12 14:13:13
  • 최종수정2014.01.12 14:13:13

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2014년 새해가 밝았다. 갑오년 말의 해. 비상하는 말처럼 올해 우리 모두가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말(馬)의 해에 유독 말(言語)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 같다. 일간지에 우리말에 대한 기획특집이나 시리즈가 소개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필자도 대학에서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것으로 업을 삼다 보니, 자연스레 타인의 언어사용에 대해 예민한 편이다. 특히 대학새내기들이 주고받는 그들의 언어에서 세대차를 느낄 정도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그들에게 '우리말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알량한 애국심을 자극한들, 돌아오는 무반응에 가슴만 더욱 공허해진다.

언어는 도구이다. 즉 의사소통과 자기표현의 수단이다. 무릇 물과 불이 인간 생활에 유용함과 해악의 양면성을 지녔듯이, 언어 또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고, 삼대가 멸할 수도 있는 엄청난 무기인 것이다.

옛 문헌에 보면 선비(士)는 讀書人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글 읽는 사람, 즉 학문하는 사람이다. 이런 선비도 세 부류가 있으니, 가장 뛰어난 선비(上士), 그 밑에 선비(中士), 그리고 제일 떨어지는 선비(下士)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분류의 기준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 즉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가에 따라 나누었던 것이다. 下士는 돌(石)을 쓰고, 中士는 혀(舌)를 쓰고, 上士는 붓(筆)을 쓴다는 것이다. 혀와 붓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곧 말과 글이다. 지식인이자 예비관료인 선비들을 나누는데 말과 글이 다 들어간다. 그만큼 말과 글이 중(重)하다는 것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한문학의 비조(鼻祖)라 불리는 최치원 선생이 당나라에 유학하여 급제하고 벼슬살이를 할 때 마침 중국에선 황소의 난(亂)이 일어났다. 당시 황실에선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檄文)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 일을 최치원에게 맡겼다. 檄文은 반란을 일으킨 괴수에게 글로써 반설득 반협박을 하여 난을 멈추도록 해야 하는 글이기 때문에 상당한 문장력이 아니면 쓸 수가 없는 글이다. 그것을 외국인인 최치원에게 맡겼으니 선생의 글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과연 檄文을 읽던 황소가 식은땀을 흘리고 기진하여 의자에서 떨어졌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최치원 선생은 분명 上士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과 글을 중시하는 이러한 전통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동원되기도 한다. 과년한 딸이 사윗감을 데려왔을 때 처음 보는 부모 입장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할까· 사랑하는 딸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회한 연륜으로 예비 사윗감의 身言書判을 따져야 할 것이다. 취업에 필요한 서류(이력서, 자소서)와 면접은 이 네 가지 요소를 확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와 같이 왜 선인들은 사람 평가의 기준으로 말과 글을 중요시 여겼을까· 그것은 결국 한 사람의 思考와 格의 총화가 말과 글로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갑오년 말(馬)의 해. 야생마도 길들이기 나름이다. 어떻게 조련시키느냐에 따라 준마나 명마로 만들 수 있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습관들이기 나름이다. 말이 거칠어질수록 심성이 거칠어지고 사회가 삭막해진다. 따스한 말, 부드러운 말 한 마디가 나와 내 주변을 환하게 만들 수 있다. 말의 해에 말 관리를 잘 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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