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경수

길이 막혔다. 차들이 줄을 지어 꼼짝을 못한다. 어느 누군가 불법주차로 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저마다 한창 바쁜 일과시간이다. 사람들이 몰려와 수근 거린다. 언성이 높아진다. 연락처가 없다. 욕설도 튀어나온다. 경찰이 달려왔다. 사람들이 조바심치기 시작한다. 경적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크게 들려온다. 스트레스는 극도로 치닫고 사람들의 얼굴은 험하게 일그러지며 욕설이 난무한다. 순간 길은 답답하고 숨 막히는 시간들로 이어져 간다.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 그들은 갇힌 것이다. 막혔다는 말은 갇혔다는 말과도 통 하는 것 같다. 차도 갇히고 사람도 갇히고 시간도 갇힌 것이다.

얼마 후 저만치 누군가 걸어오고 있다. 불법주차를 한 장본인이다. 미안한 기색이 없다. 모두가 한마디씩 욕설이 섞인 목소리를 던진다. 그들을 향해 빤히 쳐다본다. 차들이 하나 둘 움직인다. 가속의 급물결을 타고 길은 금새 평온을 되찾는다.

물길이 막혔다. 겨울철은 다른 여느 계절보다 하수관이 잘 막힌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일이다. 하수구의 물이 역류한다고 한다. 하수관이 막힌 것이다. 물길이 막힌 것이다. 어찌 보면 쉽게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선 긴 철사로 시도를 해 보았다. 아무 소용이 없다. 슬그머니 의구심마저 떠올랐다. 이번엔 호스를 이용해 시도하였다. 아무 소용이 없다. 슬슬 걱정이 시작되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보라는 이가 있었다. 소용없었다. 사람들의 말이 핀잔으로 들려왔다. 우린 물 없이 잠시도 살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다 쓰고 남은 물을 곁에 두고 살 수도 없다. 다만 우리 곁에 늘 흘러야 할 뿐이다. 소통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날 밤 근심으로 잠을 설쳤다. 그 누가 네게 책임을 묻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전문가에게 전화를 했다. 잠깐이면 해결이 되는 줄 알았다. 두어번 해보더니 이런 말 저런 말들이 튀어나온다. 분명치 않는 진단이리라. 그리고 땅을 파 보아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달리 이 상황에 별 뾰족한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흐르는 것은 시간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10시가 다되어서 두 사람이 왔다. 그들은 땅을 파기 시작했고 나의 수심은 더욱 깊어갔다. 하수관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관을 보지도 않고 떠드는 말이 언짢았다. 그들도 고민에 빠지는 듯하다. 이대로 해결이 안 되면 어찌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재차에 걸쳐 시도를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근심 걱정을 넘어 두려움이 다가왔다. 어둑어둑 날이 저물어 간다. 마음도 어두워진다. 그들은 떠날 준비가 끝났다. 점심을 두 시간에 걸쳐 먹고 온 그들이었다. 무성의하고 얄미웠다. 이대로 해결이 안 되면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순간 갑자기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수관은 원래의 정상대로 되돌아 왔고 물은 순조롭게 흐름을 따라 흘러나갔다.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길이 열렸다. 무심천 물길에 대통합의 물꼬가 트였다. 대역사를 만들며 흘러가리라. 그 동안 얼마나 힘든 일들이 있었는지 모두는 잘 안다. 서로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생의 시간들이 흘러야만 했기에 더욱 더 절실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소통이 되지 않은 길은 죽은 길이다. 길로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커다란 획을 긋는 대동의 물결로 하나되리라.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소리에 청마의 푸른 갈기를 휘날리며 달려가기를 바랄뿐이다.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