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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1.12 20:13:16
  • 최종수정2014.01.12 20:13:16

김형식

행정초등학교 교감, 아동문학가

단단하고 예쁜 양파를 하나 골라 유리컵에 물을 채우고 올려놓습니다. 며칠 지나면 유리병 속 맑은 물에 하얗게 발을 뻗을 것입니다. 머리에서는 파란 싹이 돋아날 것입니다. 겨울이 되면 늘 해보는 일입니다. 파란 싹이 자라는 것은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지금이야 난방이 잘되어 겨울에도 거실이나 베란다에 온갖 화초가 자라고 꽃이 피기까지 하지만 내 어릴 적에는 안방 윗목에 떠다 놓은 물이 얼 정도로 추워 식물을 기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겨우 양파를 길러 보는 일이 고작이었습니다.

파란 싹이 자라고 뿌리가 내리는 모습을 보라고 내주던 겨울방학 숙제 단골 메뉴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체험이지만 양파 물 기르기를 하며 관찰력도 기르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보라고 내주는 숙제입니다.

아이들은 방학 내내 길러 파란 싹은 길게 늘어지고 뿌리는 유리병 끝에 닿을 정도로 자란 것을 갖고 옵니다. 겨울방학 내내 유리병 속을 들여다보며 얼마나 감탄하고 신기해했을지 눈에 선합니다.

어른들에게는 단순하고 시답잖은 일이겠지만 아이들은 뾰족하게 싹을 밀어 올릴 때부터 달라붙어 호들갑을 떱니다. 환호성을 지릅니다. 다음부터는 숙제를 내지 않아도 겨울마다 따뜻한 유리창 가에 파란 싹을 보려고 양파 물 기르기를 할 것입니다. 여린 생명의 신비로움을 발견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게 된 아이는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며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합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소중히 여기는 아이는 가슴 속에 사랑이 솟아나오는 샘을 지니게 됩니다. 그 가슴 속 샘물로 이 세상을 다 적시는 사랑을 나누어 줄 것입니다. 또 그 아이의 마음에는 우주가 들어 있을 것입니다. 우주를 품고 지구 한 귀퉁이에 피어 있는 꽃마저도 귀하게 여길 것입니다. 꽃 한 송이 꺾는 일이 지구의 균형을 깨뜨린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맑게 자라는 아이들은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눈물을 흘리면 손수건을 내밀기보다 안겨서 울 수 있도록 가슴을 내어 주는 아이로 자랍니다.

예방주사를 맞을 때 앞에 맞는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그다음 아이도 또 그다음 아이도 울음을 터뜨립니다. 주사기에 찔리는 아픔을 건너편에 있는 아이가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떻습니까· 옆에서 고통을 당해도 나만 아니면 그만이란 생각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자기의 의견이 가장 옳은 것이어서 다른 이의 의견은 들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기 고집에 갇혀 세상의 꼭지를 자기 방향으로만 틀려고 하는 어른들입니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 것인데 자라는 중간에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어른 잘못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싸우고자 덤비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법만 가르친 탓입니다. 그것도 빨리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치지 않아서입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 목소리를 크게 내서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고 주장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너만 귀한 아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단순하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소중함을 일깨워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양파 하나 기르는 일이나 풀꽃 이름 하나 외는 일이 시답잖다고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감성을 일깨워가는 아이로 자라도록 기다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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